한국일보

다시 꿈꾸어야 한다

2018-10-20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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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이 건설한 나라, 그래서 힘들고 지친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미국으로 왔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나 92년 4월 공권력과 흑인들간 폭발한 문제로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했던 한인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꽃다운 생명도 잃었다. 그러나 한인들을 위한 목소리는 없었고 주류언론은 한인들을 오히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자로 매도했다.

92년 LA폭동은 미주 한인들에게 엄청난 공황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주 한인들에게 하나의 분기점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이민자의 목표에서 미국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의 아들 딸들이 어떻게 남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게 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그래서 미주한인들은 정치력을 신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전국적으로 유권자 등록과 선거 참여 그리고 한인정치인 발굴에 나섰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존재감도 없었던 한인들이 대거 유권자 등록과 투표를 하고 한인 정치 지망생들이 용감하게 나서면서 많은 한인 정치인들이 탄생을 했다. 92년 LA 폭동으로 부터 26년이 되는 지금 한인들의 존재감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러나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은 기존의 정책과는 다른 정책을 선택했다. 그 선택이 미국의 미래를 위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지 나쁜 결과를 만들지 우린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없었던 반이민자 정책은 당장 우리의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취업 이민자들이 줄어들고, 유학생들이 줄어들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커뮤니티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서류가 없거나 이민 신청 중인 이웃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린 나이에 와서 미국시민으로 교육을 받았기에 체류를 인정했던 DACA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수십만의 청춘들이 내일의 꿈을 꿀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제는 합법 체류 신분을 가진 이민자라해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시민권을 갖기 전까지 돈이 없으면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아시안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에 언제든지 불심검문에 걸릴 수 있고 또 불법체류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 주어야 한다. 많은 서류미비 한인들이 고속도로를 여행하다가 경찰의 불신검문에 체포가 되고 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아시안과 히스패닉 그리고 흑인들만이 모두 불신검문에 걸렸다고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으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우리의 아들딸들이 아시안의 얼굴을 가졌다고 공권력 앞에서 늘 검문을 당하고 체류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8년 11월 6일 선거를 앞두고 불어오기 시작하는 겨울의 찬바람을 맞으면서 닥쳐올 겨울이 얼마나 혹독할지 한참을 하늘을 바라본다. 2017년 3월부터 시작되었던 반이민의 찬바람이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였기를 바랐지만 새로운 대법관에 대한 인준을 보면서 이것은 아시아계이면서 유색인종이면서 이민자인 한인들에게는 혹독한 시련의 시작이라는 것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의 아들 딸 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게 해야 하는 우리의 목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하고 새로운 다짐의 새로운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우리는 꿈꾸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후손들이 이 땅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고 살 수 있도록, DACA 신분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이민자 처지인 우리 커뮤니티가 붕괴되지 않도록 지키고 발전시켜 미국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당당한 코리언 아메리칸이 되는 것을 꿈꾸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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