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이라는 나라

2018-10-19 (금) 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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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는 나라 … 우리의 이웃이지만 좋은 이웃으로 생각되지 않는 나라,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별로 아는게 없는 나라, 세계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나라, 그러나 우리는 아주 무시해 버리는 나라, 얼마 있으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나라, 그러나 노벨상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우리를 초라한 열등감 속에 몰아넣는 그 나라!

일본에 관한 글을 여러편 썼더니 당신 친일파 아니냐고 시비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친일파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일파도 아니다. 스스로 이름 한다면 한-일 상생파(相生?) 혹은 공생파(共生?)라고 나는 생각 한다. 같이 좋은 이웃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잘못을 애써 감추는 일본의 괘씸죄를 용서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일본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그 것을 배우는데 주저 할 필요가 없다. 해방을 맞은 것이 세 해 하고도 70년 이다. 그 긴 세월 우리는 일본이 얼마나 잔혹한 일을 우리에게 했느냐 귀가 아프도록 듣고 배워왔다. 그 처절했던 역사를 우리는 잊을 수 없고 또 잊어서는 안될 것 이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 되었다. 세계 인류를 위해 공헌한 인사들의 큰 이름, 학자와 과학자, 예술인들의 놀라운 업적과 성취를 듣고 보면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름이 하나 있었다. 혼조 다스쿠 (本庶 佑) 교토대학 명예교수 였다. 1949년 “중간자”의 존재 예상으로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 박사를 시작으로 올해 혼조 다스쿠 박사에 이르기 까지, 일본인은 (일본계 수상자 까지 포함 하면)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등 과학에서만 23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문학상 평화상까지 합하면 무려 27명이 된다. 이것이 우리가 곧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이라는 저 나라의 현주소이다. 27 대 1이란 격차가 바로 우리나라 노벨상의 현주소인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을 배워야 일본과 대등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그들의 견실한 사회적 기본가치 일까? 창조적 사회의 기초는 그 구성원들의 옳바른 성품에 있다. 이런 사회 속에서 노벨상도 나오고 새로운 창작과 발명 발견들이 나오는 것 이다. 우리는 우선 잃어버린 우리의 기본 가치를 회복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웃의 아름다운 가치를 수용하고 또한 배워야 할 것이다.

일본을 방문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은 몇가지 일본인의 덕목(德目)이다. 정직하다. 근면하다. 청결하다. 예절 바르다. 어른과 선생을 존경한다. 의리가 있다. 준법정신이 높다. 이룩한 것 위에 더 높게 이루는 장인 정신이 깊다. 작고 세밀한 것을 중요시 한다. 이런 사회적 덕목들이 합해서 피워낸 꽃의 하나가 스물 일곱개의 노벨상이 아닐까?

우리라고 이런 덕목이 없을 리 없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에 살면서 나열 한 한국인의 덕목중에 근면하다는 것 하나 외에는 일본인들의 덕목과 겹치는 것이 없었다. 이 덕목들은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가치이다. 이런 가치들 위에 한국사회가 바로 서는 날 노벨상은 물론이요, 그 보다 더 귀한 이웃으로 돕고 상생 공존 하는 선린(善隣)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이루어 질 것이다. 꿈이 아니길 빈다.

<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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