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표절은 자기 세계의 포기

2018-10-17 (수) 나정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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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 모방에서 시작 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글짓기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며 악기 연주도 배운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서 하게 된다.

어쩌면 모든 예술분야가 모방에서 시작 될지도 모른다. 음악을 많이 듣다보면 귀가 열리고 좋은 음악을 분별하게 되고 미술 감상을 많이 하다보면 좋은 그림을 식별하는 눈이 열리게 된다고 한다. 문학도 다른 이의 생각과 체험과 감동이 녹아 있는 작품을 읽어보고 흉내 내기에서 시작 될지도 모른다.

예술의 세계, 문학이나 음악이나 미술 분야에서 남의 작품을 베꼈다는 말썽이 자주 일어난다. 한 길을 열정을 가지고 오래 걷다 보면 자기의 세계가 보일 것이다. 자기 세계와 색깔을 가지는 이는 사회의 공인을 받게 되고 그 공인을 받는 분은 다른 이의 세계를 모방해서도 훔쳐서도 안된다. 표절은 자기가 애써 이룩한 세계를 파괴하고 오염시킨다. 표절은 또 자기 인격에 흠집을 내고 다른 이들로 부터 도덕성을 의심받게 될지도 모른다.


자기 세계가 완숙되지 못한 이들이 사회적 공인을 받고 싶은 욕심에서 표절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은 사람들은 더 보려 하지 않고 곧 시들해지고 말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유명해진 이들도 좋은 작품을 베끼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더 가지고 싶고 더 오르고 싶은 슬픈 인간성의 탓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공감이 가는 문장을 메모해 두고 감동적인 시 구절을 외우기도 한다. 그리고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 문장과 시구를 인용하기도 한다. 약간의 인용은 글의 맛을 살리고 감동을 더하게 할 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남의 글을 섞어 넣는 것은 모양새도 안 좋고 좋은 인용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꽃은 그 색깔과 모양새가 다양해서 더 아름답다. 자기만의 색깔과 모양으로 피어나는 작품은 더 보기 좋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될지도 모른다. 예술인의 독창성은 언제 어디서나 빛이 나기 마련이다. 굳이 남을 따라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우리는 좋은 작품을 늘 흉내 내고 싶어 한다. 그러한 좋은 작품은 작가가 많은 세월을 갈고 닦아 자기만의 세계를 이룩한 결과이다. 그것을 쉽게 얻으려 하는 것은 자기의 세계 만들기를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산의 정상은 한 곳 뿐이다. 그 정상에 오르는 길은 어렵고 힘든 과정일지도 모른다. 한 분야의 정상은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자기 일생을 던져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정상의 근처만 가도 산 아래 경치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다. 산에 오르는 새로운 길을 찾아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다면 산의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 해도 행복해질 것이다.

<나정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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