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글과 성경

2018-10-15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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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제4대 군주이며 언어학자였던 세종대왕(1397년-1450년)은 집현전을 만들고 학자들을 모아 한글 창설을 함께 연구하였다. 즉 조선말을 쉽게 기록할 수 있는 글자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문 시대이므로 한문을 익히지 못한 대중이나 특히 아낙들은 글에 의한 의사소통은 어려웠다. 한글을 창안한 세종은 조선 사람들이 처음으로 가지게 된 문자를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일컬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서기 1443년에 벌어진 놀라운 역사이다.

한글의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주 구성의 3대요소인 하늘, 땅, 사람을 표현하는 자음(子音)과 모음(母音) 스물여덟 자를 모아쓰기로 구성한 것이다. 인간의 발음기관에서 본을 뜬 ㄱ, ㄴ, ㅁ, ㅅ, o,에다가 획을 더하여 글자를 조립하는 형식으로서 세계 어느 문자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과학적인 구성이며, 일정한 원리에 따라 만들어졌는데 이런 놀라운 일이 550여 년 전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자 발명의 역사이다. 그래서 한글은 외국인들에게도 놀랄 정도로 배우기 쉬운 언어이며, 그러기 때문에 조선이 세계에서 가장 문맹(文盲)이 낮은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한글이 있었기에 조선에 성경이 빨리 보급될 수 있었다. 즉 한글과 기독교 파급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최초의 성경은 1882년에 발행된 ‘예수 션교(宣敎) 누가복음 젼서(全書)’이다. 1882년이라면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와 감리교 선교사 아펜셀러가 조선에 함께 입국한 해인 1885년보다 3년이나 앞섰다. 즉 조선에서의 선교 특징은 성경 발행이 선교사의 입국보다 앞섰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일본에 조선 통신사(현대의 외교관)로 파견되어 있었던 이수성이라는 사람이 일본에서 미국 선교사의 전도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신약성경 중 가장 짧은 마가복음을 한글로 번역하였다. 일본 요꼬하마에 있었던 미국 성서공회를 통하여 인쇄하고 언더우드와 아펜셀러 선교사가 조선에 입국할 때 가지고 가게 하였다. 이렇게 해서 마가복음도 빨리 한글로 번역되어 조선 사람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성경을 한글로 번역한 사람은 존 로스(1842-1915)와 존 매킨타이어(1837-1905) 두 선교사가 맡았으며 조선인 학자 몇 사람, 즉 이응찬, 백홍준, 서상윤, 이성하 등이 그들을 도왔다고 한다. 그들은 먼저 신약의 누가복음을 번역하여 우선 출판하고, 계속하여 신약 전체를 1887년에 완역하여 출판하였다.

성경 번역 사업은 힘차게 진행되었으며 1938년에 신구약 성경 합본이 출판되고, 1956년에는 새로운 한글맞춤법에 따른 성경이 출판되었으며, 1961년에 이르러 성경전서 개역 한글판이 완료되었다. 그 동안의 성경 번역은 선교들과 약간 명의 조선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는데 순수하게 한국인 학자들 만으로만 구성된 번역진에 의하여 1967년에 나온 것이 ‘신약전서 새 번역’이다.

성경 번역은 신구교가 따로 할 것이 아니라 성경 언어의 통일을 위해서도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대두되어 신구교 합작 성경 번역이 진행되어 드디어 1997년에 ‘공동 번역’이라고 불리는 성경 번역이 완료되었다. 북조선에서는 북조선의 용어로 성경이 번역되었다. 이러한 모든 어려운 용어의 문제는 남북이 통일되어 언어의 통일이 이루어질 때 해결될 장래의 일로 남겨졌다. 하나님을 중국은 上帝로, 일본은 神(가미)로, 한글은 처음 하느님으로 했다가 하나님으로 고쳐 기독교가 믿는 신의 특이성을 드러냈다. 신약의 원어는 그리스어, 구약은 히브리어여서 앞으로 고대 언어학자들이 포함된 더 새로운 번역이 요청된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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