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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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혼이 잠자는 책

2018-10-13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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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명은 책과 함께 전개됐다. 풀이하면 문자와 함께 인류문명은 발달해 왔다는 의미다. 파피루스부터 시작된 책이 개발되기 전 문자가 먼저 발명됐다. 인류 최초 쐐기문자의 발명. 5,000년 전이었다. 세종대왕의 한글 발명. 한글은 대한반도의 유일한 글자로 1446년 세종대왕에 의해 <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창제 발표됐다.

지난 9일이 한글날이었는데 한글이야말로 한민족의 얼이 담겨 있는 문자라 할 수 있다. 아직도 한글은 한문과 혼용돼 사용되고 있지만 대한반도의 고유 언어임엔 손색이 없다. 한글이란 이름은 주시경에 의해 1910년부터 사용됐고 뜻은 ‘크다’ ‘바르다’ ‘하나’란 고유어 ‘한’에서 비롯됐다.

한글로 된 처음 책은 <훈민정음>이다. 세종대왕이 저술자로 뜻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다. 훈민정음이 나온 5년 후 <동국정운>이 발간된다. 이 책은 조선에서 사용되던 한자음을 중국어 원음으로 교정하기 위한 것으로 발음표기에 훈민정음이 사용되고 있다. 훈민정음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책이 한글로 쓰여 졌다.


한글 책. 아마도 수천, 수백만 가지의 책이 발간됐으리라 본다. 문자를 저장하여 출간되는 책. 책 속에는 저자의 얼과 사상이 담겨진다. 단독으로 쓴 책도 있지만 공동 저작도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써 내려온 책만 해도 수억 가지가 되지 않나 싶다. 그 책들은 나름대로 지금의 인류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영국이 낳은 셰익스피어. 1564년에 태어나 1616년까지, 52년이란 삶 속에서 그가 남긴 극작들. 희극만 해도 ‘베니스의 상인’을 포함 16편. 사극은 ‘헨리 8세’를 포함한 10편. 비극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포함한 12편. 시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포함한 6편. 이 외에도 소실작품 및 추정작품 등이 ‘청교도’를 포함, 13편이 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세계 각국어로 번역 출간돼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오고 있다. 또 작품들은 수백편의 영화로도 각색됐다. 그가 살던 당시 영국인들은 식민지였던 인도와 셰익스피어를 바꾸지 않겠다며 셰익스피어를 높였다. 그런 셰익스피어가 그의 작품을 쓰며 가장 영감 받았던 책은 무엇이었을까. 성경(Bible)이었단다.

성경이란 책. 하나님의 말씀. 분명한 책이다. 개신교에서 읽히는 구약(0ld Testament/옛약속) 39편과 신약(New Testament) 27편의 66권. 이 외에 가톨릭에서 읽히는 외경(Apocrypha)도 있다. 신(神)의 영감으로 쓰여 졌다는 성경. 3,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저자는 수십 명에 달한다. 인류발생 이래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1호다.

신학을 하는 신학도에게는 성경은 필수다. 그러나 문학을 하는 문학도에게도 성경은 필수로 읽혀야 한다고들 한다. 셰익스피어가 영감을 받았을 정도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니 성경은 기독교의 경전을 떠나서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죽기 전 꼭 한 번은 읽어봐야 될 고전 중의 고전에 속한다.

얼마 전 보도다. 미국 최대의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이 적자를 못 이겨 전체(629개) 서점을 매각해야겠다는 슬픈 소식이다. 2012년 70억 달러의 연간 매출이 지난해 37억달러로 떨어졌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난 미국인. 이젠 책을 안 본다는 얘기다. 책을 안 보면 뭘 보나. 스마트 폰이다.

스마트 폰(Smart Phone/Cell Phone), 혹은 핸폰(Hand Phone). 스마트폰엔 휴대전화에 컴퓨터지원이 가능해 전자우편 및 인터넷이 접속된다. 이 전화기 한 대만 있으면 만사가 오케이다. 그러니 누가 지루하게 책을 보려 하겠나. 1992년 아비엠(IBM)사에 의해 설계 전시된 스마트폰. 이젠 전 세계인이 안 가진 자가 없을 정도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스마트폰 좀 내려놓고 책을 읽어 봄은 어떨까. 단 한 권이라도 좋다. 성경도 좋고.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은 또 어떨까. 동양의 고전인 도덕경은 총 5,000자로 구성된 작은 책이다. 뜻은 깊지만 하루면 읽는다. “책 속에 모든 과거의 영혼이 잠잔다”. 칼라일의 말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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