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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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의 지략

2018-10-10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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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와 그리스간의 전쟁이 10년 동안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리스의 장군 아킬레스가 트로이의 명장 헥토르를 죽이고도 철옹성 같은 트로이성문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오디세우스가 커다란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성 앞에 갖다 놓고 퇴각하는 듯한 시늉을 했다.

트로이군은 성문 앞의 대형 목마를 보고 이는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여 목마를 성 안에 들여놓았다. 목마 속에 잠복해 있던 오디세우스와 그리스 장수들이 밤이 되자 그 안에서 나와 트로이 성문을 열고 그리스 병사들을 불러들였다. 트로이는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면서 즉시 함락되었다. 길고도 지루했던 그리스와 트로이간의 전쟁이 오디세우스의 지략으로 마침내 그리스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최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행보를 보면, 고대 그리스 역사에서 오디세우스와 같은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폼페이오는 트럼프가 획기적으로 추진하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지금 일본에 가서 협의를 하고 북한에 가서 협상을 마친 후 그 내용을 들고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가 전달하고 또 중국으로 달려가 상황판단과 함께 추이를 진단하고 하면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발품을 팔고 있다. 그는 마치 자갈밭에서 트로이 목마와 같은 한 조각의 보석을 찾기 위해 한반도와 인근 국가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후 미국을 우선 지킨다는 명분으로 여러 가지 획기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이민자들의 거센 비판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반이민정책, 서류미비자 추방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하면,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적자 해결을 위해 어느 대통령도 못한 구체적인 내용의 관세정책을 실천해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원하는 정책중에 세계인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것은 그의 임기중에 이루고자 하는 북한에 대한 비핵화의 실현이다. 그것은 지금 트럼프가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반대여론을 잠재우고 기선을 확고하게 잡을 수 있는 지렛대가 될 것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전쟁의 위협을 막고 한반도 위기 종식과 함께 세계 평화의 근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폼페이오의 활약은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현재 폼페이오의 행보는 이번 북한과의 협상에서 비핵화 조항을 구체화 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핵 신고를 우선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맞바꾸고 두 번째 북미협상 카드도 현실화되도록 한국을 중재자로 내세우면서 실질적인 효
과를 하나씩 거두고 있다.

폼페이오는 이번 북한방문에서 김정은으로부터 풍계리와 동창리에 대한 핵사찰을 받겠다는 답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의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까. 김정은의 지시 없이 비핵화를 부르짖다 북한의 한 간부가총살을 당하고 리수용이 얼마전 대가없는 비핵화는 없다고 한 보도들로 보면, 김정은은 무조건 비핵화가 아닌 핵과 맞바꿀 수 있는 비핵화의 대가를 당연히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폼페이오의 방북이후 핵사찰 실무협의가 다루어질 북미간 2차 회담에 대한 계획도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개최지로 벌써 3, 4개 지역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트럼프와 김정은이 아무리 연애편지를 주고받아도 무슨 소용이 있는가. 서로가 직접 만나 제2차, 제3차 회담을 갖고 김정은과 실질적인 담판을 해야만 분명하게 답이 나올 것이다. 북한은 결국 마지막 보루로 중국의 힘을 버팀목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는 이런 북한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아 완전한 비핵화의 물꼬를 틀 것인가. 그것은 오디세우스가 목마로 그리스의 대승을 이루어낸 것처럼 풍계리, 동창리는 물론, 북한의 모든 핵 시설을 완전히 사찰 할 수 있는 확답을 북한으로부터 받아내야
만 한다. 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폼페이오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
u y o u n g @ kj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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