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외한인장로회 “명성교회 세습반대” 성명

2018-09-06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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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회 재판국 “유효” 판결 후, 총회 목회자 900명도 “불법”

▶ NCCK·장신대 총학 등 반발

해외한인장로회 “명성교회 세습반대” 성명

논란을 빚고 있는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왼쪽)와 담임목사를 세습한 아들 김하나 목사. <연합>

해외한인장로회(KPCA)가 지난달 31일 한국 명성교회의 담임목사 세습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 이민교회 가운데 가장 많은 장로교 교회가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해외한인장로회는 한국 최대 교단의 하나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측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출신이 한국과 해외의 두 교단을 잇는 중심 역할을 한다. 명성교회 역시 예장 통합 소속이며 세습의 주인공인 김삼환 원로목사와 아들 김하나 담임목사 모두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당초 해외한인장로회는 지난 5월 교단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토론토 지역교회들이 소속된 캐나다 동노회가 발의해서 총회에 올린 안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임원회에 일임된 성명서 발표가 3개월 이상 지연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습 반대 성명서 발표를 꺼리는 일부 임원들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또 언론을 통해 공식 발표하지 않고 총회 웹페이지에만 성명서를 올린 조치에 대해서도 “구색만 갖추고 조용히 넘어가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명서 내용도 '둘 다 잘못했다'는 식의 '양비론적'이고 '중립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성명서에서 “교단을 초월한 조직화된 세력의 반대운동과 공동의회 결의를 통해 나타난 교회의 자율권이 심각하게 대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법리적 혹은 사회 통념적 찬반논의는 새삼 거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대표적인 중도적 표현으로 지적되고 있다. .

해외한인장로회는 이번 성명서를 통해 “통합교단은 우리와 자매교단일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동일한 헌법체계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명성교회 역시 우리 교단소속 교회들과 활발한 교류를 해오고 있다”면서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번 사태를 주시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세습의 과정에 법적 문제는 피했을지 모르지만, 법 취지를 훼손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원칙적으로 교회의 세습을 반대한다”며 “금번 사태와 관련하여 근시안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한국교회가 다시금 세상을 변화시키고, 불신자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할 대승적 결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통합교단과 명성교회가 슬기롭게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합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이 유효하는 판단을 내렸지만 오히려 집단적인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총회를 며칠 앞둔 3일에는 교단 소속 목회자 900여 명이 총회본부 건물 대강당에 모여 회개하면서 명성교회 세습이 불법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김삼환 목사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명성교회 일부 교인들도 세습에 반대하며 3일 검찰에 명성교회의 비자금 및 비위 사실 수사를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는 이날 명성교회의 세습 철회를 요구했다. 또 장신대 총학생회는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며 동맹휴업을 벌이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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