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중으로 되돌아가겠다… 수덕사로 떠나”
▶ 진우 총무원장 권한대행“종단화합 최우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21일 마지막 삼배의 예를 올리고 있다. <연합>
처자 의혹, 재정 비리, 학력 위조 등으로 종단 안팎의 사퇴 압력을 받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0개월만에 결국 퇴진했다. 설정 스님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마지막 소회를 밝힌 뒤 수덕사로 떠났다.
그동안 조계종은 설정 스님의 퇴진 여부와 시기 등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일단 설정 스님이 물러났지만 차기 권력과 개혁의 주도권을 향한 종단 주류와 비주류 세력의 대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 세력은 현재 틀 안에서 종헌종법대로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사퇴 시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계종은 이날 총무원장 권한대행 진우 스님 명의의 특별담화문을 내고 “종단이 처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종도 여러분께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원칙은 종헌종법 질서에 따른 종단의 안정과 화합”이라고 강조했다.
비주류권에서는 설정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뽑은 현 중앙종회 등에도 책임이 있다며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2일 열리는 원로회의에 중앙종회를 해산하고 비상혁신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로회의에서 중앙종회 해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26일 열릴 전국승려대회에서 개혁방안을 결의한다는 방침이다.
승려대회 봉행위원회는 재가자(출가하지 않은 불교 신자) 종단운영 참여 확대, 사찰 재정 투명화·공영화,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등을 개혁방안으로 제시했다.
불교개혁행동 등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재야불교단체는 설정 스님 퇴진 국면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을 겨냥하고 있다. 불교개혁행동은 “설정 총무원장의 사퇴는 불교시민사회의 퇴진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며 “자승 전 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조계종단의 뿌리 깊은 적폐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강력한 적폐청산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자승 전 총무원장과 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의 참회와 사퇴, 원로회의의 중앙종회 해산, 승려대회 참석자들의 자승 전 총무원장에 대한 멸빈(종단 추방의 징계) 결의 등을 요구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사찰방재시스템 세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자승 전 총무원장에 대한 공개조사를 촉구하며 3천배와 삭발식을 진행했다.
그러나 원로회의와 승려대회 등을 통해 현 구도를 뒤집진 파격적인 개혁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정 총무원장 퇴진으로 동력이 떨어졌고,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 종단 주류 세력의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26일 조계사에서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열어 승려대회에 대응한다.
설정 스님은 지난 16일 조계종 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불신임안 가결 이후 22일 원로회의 인준을 앞두고 스스로 퇴진하는 길을 택했다. 설정 스님은 21일 기자회견에서 “1994년 개혁 당시 법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잘못된 부분을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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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