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주민 치료는 인도적 지원일뿐 다른 목적 없어”

2018-08-07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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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벨 재단 설립자 스티브 린튼 박사 인터뷰

▶ 남북관계 해빙무드 불구 경제제재 강화… 더 힘들어
18일 ‘평화 콘서트’ 다음날 후원자들 만나 사역 설명

“북한주민 치료는 인도적 지원일뿐 다른 목적 없어”

스티브 린튼 박사가 북한 의료진에게 결핵 치료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유진벨 재단>

‘유진벨 재단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북한 동포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을 펼쳐오고 있으며,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을 만나 치료하며 통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진벨 재단의 사역을 요약하는 설명이다. 유진벨 재단의 뿌리는 유진벨 선교사다. 그는 1895년 한국에 도착해 광주, 전남지역에 수많은 교회와 학교, 병원 등을 설립하고 31세에 숨졌다. 그는 지금도 서울 양화진 선교사 묘지에 잠들어 있다.

그의 사위 윌리엄 린튼 선교사와 아내 샬로벳 선교사는 대전에 위치한 한남대학교의 전신인 대전대학을 설립하는 등 활발하게 선교의 맥을 이어갔다. 부부의 아들 휴 린튼은 고무신을 신고 섬과 벽지를 돌아다니며 200곳이 넘는 교회를 비롯해 결핵 진료소와 요양원을 세웠다. ‘검정 고무신’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의 헌신은 뜨거웠다.


4대 째 스티븐 린튼은 1995년 유진벨 재단을 설립했다. 유진벨 재단은 지난 1995년부터 북한 사역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공기로 전염되며 치사율이 매우 높은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사역을 집중하고 있다.

유진벨 재단의 다제내성결핵 치료 사역은 북한에서 진행되는 치료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규모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다제내성결핵환자들에게 유진벨 재단은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

오는 18일 오후 8시 LA다운타운에 위치한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유진벨 재단을 후원하기 위한 ‘평화 음악회’가 열린다. LAKMA(대표 최승호 장로, 음악감독 윤임상 교수)가 주최하는 이번 콘서트에서는 60여명의 다민족 전문 합창단과 57명의 오케스트라 및 최고 수준의 성악가들로 꾸며진다. 또 350여명으로 구성된 연합 합창단도 출연한다.

스티브 린튼 박사는 콘서트에 참석하고 다음날에는 후원자들과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린튼 박사의 근황을 물었다.

- 올 봄에도 북한을 다녀왔는데 최근 해빙 분위기와 관련해 이전과 다른 차이점을 느꼈나?

▲아직 사역의 현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사실 지난해 12월 경제제재는 더욱 강화됐다. 오히려 사역 조건은 지난해보다 더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UN 안보리가 인도적 대북 지원을 허용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이로 인해 사역에 숨통이 좀 터졌으면 좋겠다.

- 남북관계 정세에 관계없이 북한 사역을 벌여야 하는 당위성은 뭔가.


▲특히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령을 받은 기독교인이라면, 정치를 떠나 인도적 지원, 즉 진실한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어떤 다른 목적을 둬서는 안된다. 대가를 바라고 하거나, 응징을 하려고 지원을 보류한다면, 그건 진정한 인도적 지원이 아니다.

- 대북 사역에서 유의해야 할 점들은 무엇인가?

▲인도적 지원에는 항상 다른 목적을 거두려는 유혹이 따른다. 그러다간 얼마 못가 인도적이라는 중심을 잃게 된다. 북한에 대해 다른 이해 관계를 품은 사람들이 자주 이런 유혹에 빠진다.

- 디즈니홀 평화 콘서트에서 청중이 어떤 생각을 얻었으면 좋겠는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은 물론 다음 세상에서도 평화의 왕이라는 사실을 콘서트가 되새겨 주면 좋겠다. 영적인 문제 만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소망하는 모든 것에서도 그리스도는 평화의 왕이다.

- 콘서트 다음날 후원회 모임에서 무슨 말을 할 예정인가?

▲먼저 후원자들의 헌신적인 기부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유진벨 사역에 대한 질문에도 답해야겠다. 북한 결핵 퇴치 사역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할 기회가 될 것이다.

- 혹시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나, 앞으로 추진할 계획이 있는가?

▲환자들에게 병동을 제공하고 사역을 확장시켜야 하는데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동 확충 프로그램을 곧 재개할 수 있도로 기도해 주면 정말 고맙겠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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