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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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호식단

2018-08-06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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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가서 내가 시키는 식단은 세 가지이다. 날씨가 무더운 날은 냉면, 소화가 잘 안 되는 때면 비빔밥, 아무 때나 좋아하는 것은 육개장이다. 육개장은 1900년대 초에 나온 잡지 <별건곤>에 이미 실린 음식이며 그 당시는 대구에서 시작되었다 하여 ‘대구탕’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육개장 맛을 뾰족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얼큰한 맛’이다.

한국인은 본래 채식인데 13세기 고려를 침범한 몽골이 자기네의 육식문화를 한국에 들여왔다고 한다. 물론 고려 때라면 불교문화가 꽃을 피우고 있어 육식은 발달하지 못하였다. 조선 시대에 와서도 소는 농사를 짓는 매우 귀중한 동물이라고 하여 우금(牛禁)정책을 폈다.

쇠고기를 금하니 개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 개를 잡아 국을 끓이기 시작하였는데 이 국을 개장(拘醬)이라고 불렀다. 개고기의 심한 냄새를 없애려고 대파 숙주 고사리 등과 진한 양념으로 끓인 국을 육개장 즉 쇠고기가 들어간 개장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추운 날도 육개장 한 그릇 먹으면 훈훈해지고 마음이 뿌듯하다.


내가 냉면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소문이 났다. 만들기 쉬울 것 같아도 가장 어려운 것이 냉면이라고 한다. 요즘은 인스탄트 냉면도 팔고 있지만 역시 냉면은 식당 중에서도 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집에 가야 제대로 된 냉면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조리가 힘든 것이 냉면이다. 냉면의 생명은 육수에 있다.

냉면을 잘 만든다는 말은 냉면 육수를 잘 뽑는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냉면 좋아하는 사람은 냉면 육수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말끔히 핥아 없앤다.

냉면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양분할 수 있다. 함흥냉면을 북한에서는 비빔면이라고 한다. 쫄깃쫄깃한 것이 함흥냉면이며 냉면하면 보통 평양냉면을 말하고, 한국반도의 고유한 찬 국수가 바로 냉면이다. 냉면의 종류는 꽤 많은데 메밀냉면, 칡냉면, 감자냉면, 회냉면, 비빔냉면, 동치미냉면 등이 있다.

옛날 부유한 양반가의 겨울 별미로 시작되었다고 하며 일제시대 대중음식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6.25 동란 때 월남한 실향민들에 의하여 남한에 자리를 잡은 것이 평양냉면이다. 북한 사람들이 중국 각지에 냉면집을 열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의 기호식단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 또 한 가지는 비빔밥이다. 밥과 각종 나물, 고기, 계란, 고추장, 참기름 등을 섞어서 먹는 한국만의 특이한 음식이다. 보통은 차게 먹지만 요즘은 곱돌 비빔밥이라는 것이 있어서 뜨겁게도 먹을 수 있다. 1890년에 나온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이미 비빔밥이 소개되고 있어 상당한 역사를 가진 한국의 전통음식이다.

비빔밥은 영양학적으로 조화와 균형이 갖추어진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옛날에는 골동반(骨董飯)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조선 왕궁에서는 ‘비빔’으로 불려 임금의 밥상에 올랐다. 지금은 세계인들이 한국음식의 대표적인 좋은 음식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비빔밥은 특히 봄을 알리는 새싹들이 즐비할 때가 조리하기 좋은 때이다.

한국인들은 제사 때 남은 음식을 비벼 먹는 풍습이 옛부터 있었으며, 농부들의 새참은 참기름과 고추장으로 비벼 바로 그것이 비빔밥이었다. 비빔밥 재료는 거의 무진장인데 무채, 애호박, 당근, 도라지, 피망, 버섯, 고기 채, 시금치, 콩나물 등 무엇이나 비빌 수 있고 이것들을 넓은 접시에 빙 둘러 놓으면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고 일거양득의 음식이다.

비빔밥은 영양가로도 최고로서 섬유소와 칼슘, 인(燐), 베타카로틴, 단백질이 풍부하여 종합비타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랑할 만한 한국의 전통음식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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