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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이혼에 관하여

2018-08-06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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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S가 미울까, 바람난 남편이 더 미울까? 아내들은 이렇게 답한다. '세금 내느니, 남편에게 유리하게 해주세요.' 어린 여자랑 바람 난 남편이 죽도록 밉다. 그러나 IRS는 더 미운가보다. 처음에는 남편 골탕 좀 먹여달라고 벼른다. 그러나 아내들은 곧 말을 바꾼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그리고 여전히 그는(soon-to-be ex) 애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이혼에 관하여 회계사가 하는 일은, 남편 사업체의 가치평가와 위자료의 세금문제, 그렇게 두 가지다. 아내(recipient spouse) 입장에서 위자료는 소득이다. 반대로 남편 입장에서는 소득공제가 된다. 남편 소득이 높으면(= tax bracket이 높으면), 위자료의 절세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보자. 고소득자인 놀부가 회사 여직원과 바람이 났다. 가정주부인 아내는 결혼 10년이 된 오늘 아침, 드디어 놀부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이혼 후에도 남편의 소셜연금 혜택을 아내가 받기 위해서는 결혼 생활 10년을 채워야 한다. 그래서 바람피우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까지 꾹 참았다.


이혼한 뒤에, 놀부 소득이 30만 달러라면 소득세는 40%(싱글, 뉴욕시 기준). 만약 매달 5천 달러씩 위자료를 준다면(1년 6만 달러), 총 소득이 24만 달러로 줄어든다. 위자료 6만 달러에 세율 40%를 곱하면, 줄어든 세금이 2만 4천 달러. 결국, 매달 5천 달러를 줬어도 세금으로 2천 달러가 돌아왔으니, 실제로는 3천 달러만 나간 셈이다(모든 숫자는 대충 계산한 것).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작년 12월 트럼프의 세법개정으로 이런 위자료 규정이 확 바뀌었다. 내년부터 놀부 아내는 위자료를 받아도 소득으로 보고를 할 필요가 없고, 놀부는 위자료를 줘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2018년 12월 31일까지 이혼 도장을 찍은 사람들은 개정전 세법이 계속 적용된다(grandfather rule).

당연히, 놀부는 빨리 도장 찍자고 난리다. 금년까지 이혼이 되어야(settlement), 앞으로도 계속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놀부 아내는 내년 1월 1일에 찍자고 자꾸 미룬다. 금년에 이혼이 돼 버리면, 앞으로 계속 세금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금년에 찍어주면 위자료를 조금 더 주는 조건으로 협상 가닥이 잡힐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이혼 상담의 첫 질문은 항상 '회계사님, 비밀은 보장되는 거죠?' 그렇게 시작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한다. '200 파운드가 제 몸무게인데, 거기서 제 입술무게만 100 파운드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말씀하세요.' 진짜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은 고객과의 신뢰로부터, 그리고 그 신뢰는 내 비밀은 무조건 보호된다는 확실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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