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도와 중용으로 살아가기

2018-08-04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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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중(中). 중간을 간다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성적에서야 상위권을 달려야 하지만 중간이란, 성적표와는 다른 개념이다. 넘치지도 않아야 되지만 미치지도 않아야 한다. 적당히, 그래 ‘적당히’란 말이 어울릴 것 같다. 그렇다고 인생을 적당히 살아가란 뜻은 아니다. 생은 ‘적당히’가 아니라 분수에 맞게 살아가야 된다.

얼마 전에 잘 아는 사람이 이사를 가면서 화분을 하나 주었다. 화분 속에 싱싱하게 자라난 화초와 함께. 화초는 작은 가지 하나가 흙에 뻗어 있다. 그런데 작은 가지가 또 많은 곁가지를 가지고 있다. 곁가지엔 새파랗게 돋아난 잎들이 싱그럽게 피어 있다. 꽤나 많은 잎사귀들이다. 잘 키우려고 애지중지 무진 애를 썼다.

여러 개월이 지났다. 이파리들이 점점 시들어간다. 물을 적게 주어서 그런가 하고 물을 듬뿍 준다. 그래도 회복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화초에 좋은 약을 사다 뿌려준다. 마찬가지다. 죽어간다. 어쩔 수 없다 하고 뿌리 채 뽑았다. 그랬더니 뿌리가 썩어 있다. 물을 너무 많이 준거다. 물이 많아 뿌리가 썩어 화초는 죽어간 거다.


중도(中道). 중도는 불교에서 말하는 치우치지 아니하는 바른 도리를 의미한다.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 그는 왕자로 태어나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깨달음을 얻는다. 6년이 걸렸다. 6년 동안 고행을 자초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은. 출가 전 왕자로 살 때의 쾌락과 출가 후 6년 동안의 고행이 극단에 치우쳤음을 깨달은 거다.

그리고 함께 고행하던 비구들에게 처음 전한 불타의 한 마디. 쾌락과 고통의 양면을 떠난 심신(心身), 즉 마음과 몸에 조화를 얻는 중도가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중도는 팔정도(八正道)의 실천에 의해 성취된다. 팔정도란. 바르게 보기. 생각하기. 말하기. 행동하기. 생활하기. 정진하기. 깨어있기. 집중(삼매)하기 등이다.

화초에 물을 너무 많이 주지만 않았더라도 죽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 먼저 바르게 알았어야 했다. 이 화초는 물을 일주일에 한 번 주어야 하나, 아님 두 주에 한 번 주어야 하나 등등. 바르게 알고 물을 적당히 주었더라면. 지금은 화초는 없고 화분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화분을 준 그 사람이 이걸 안다면 얼마나 실망할까.

중용(中庸). 중국의 고전인 사서오경(四書五經)중의 한 편이다. 뜻은 진리와 사실에 알맞게 편향, 편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용에서의 중(中)은 정도와 적중을 뜻한다. 여기에서의 중용은 수학적인 평균을 뜻하진 않는다. 별 무리 없이 평온을 지향하며 사는 태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적 중용의 뜻은 다르다.

사서오경의 동양적 사고의 중용이지만 이 중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한 사람은 의외로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욕망을 이성으로 통제하고 과소(過小)와 과대(過大)의 극단을 초월하여 최적의 삶을 사는 것을 중용(golden mean)의 도라 하였다. 여기에서의 영어 mean(민)은 의미란 뜻과 함께 중간이란 뜻도 갖고 있다.

중용의 도를 지켜 한 쪽에 치우치지 말고 살아가라는 한자어가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과유불급을 풀어보면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다. 과유불급을 가르치는 잔이 계영배(戒盈杯)다. 이 잔은 어느 높이에까지 술이 차면 그 이상 차지 않고 모두 흘러내리게 되어 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적당히 마시라는 뜻일 게다.

얼마 전 독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중용의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었다. 중용의 글이라. 삶에 있어서만 중용이 있는 줄 알았는데 글에도 중용이 필요함을 깨우쳐 준 독자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지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음을 알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쓰라는 조언임에야.

고맙게 받아들였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는 뜻이다. 화초를 기를 때에도 화초의 입장에서 물도 주고 해야 하는 건데. 그러지를 못해서 한 화초의 생명을 죽인 거다. 중도와 중용으로 살아가기를 힘쓴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세상이 허락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함에도 중도와 중용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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