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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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2018-07-31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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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살이는 변화무쌍하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상황을 맞이한다. 길흉과 화복이 반복되어 일어난다. 그 때문에 울고, 웃고, 화내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인생살이는 희로애락의 연속이다.

세상사는 늘 돌고 돈다.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 영원한 음지와 양지는 없다. 운이 좋아도 어려운 시기가 닥친다. 운이 나빠도 좋은 수를 만날 수 있다. 세상사는 전화위복의 반전 그 자체다.

살다보면 화가 복이 된다. 복이 화가 되기도 한다.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고, 끝도 없다. 그 깊이는 미리 헤아릴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자주한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는 “세상일을 헤아리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 지금의 좋은 일이 내일 화가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말이다. 어제의 나쁜 일들이 내일 좋은 일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게 세상 이치란 의미다. 길흉화복은 예측하기 어려우니 한 때의 일로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교훈을 준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에 너무 가볍게 흥분하지 말라는 게다.

도덕경에 ‘화는 복이 의지하는 곳이고, 복은 화가 숨은 곳’이란 구절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사람은 복이 있으면 부귀에 이른다. 부귀를 누리면 먹고 입는 것이 호사로워진다. 먹고 입는 것이 호사로우면 교만한 마음이 생긴다. 교만한 마음이 생기면 행동이 옳지 않게 된다. 동작도 도리에 어긋난다. 행동이 옳지 않으면 그 몸은 일찍 죽는다. 동작이 도리에 어긋나면 일을 성공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재앙의 근본은 복이 있는데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복이란 화가 잠겨 있는 곳이다.’ 이는 ‘삶에서 화와 복은 한데 움직인다고 정의한다. 그래서 갑자기 들이닥친 복을 덥석 잡아채지 말라고 한다. 또한 힘든 시간이 왔다고 해서 쉽게 좌절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일맥상통한다. 오늘 힘이 있고 능력이 있더라도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고 말한다. 오늘이 힘들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깊은 뜻도 숨겨져 있다. 내일은 그 누구도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기 때문이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유대교 경전인 미드라시에 수록된 ‘다윗왕의 반지’란 일화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내용은 이렇다.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 세공인을 불러 명했다. “날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어라. 반지에 글귀도 새겨 넣어라. 그 글귀는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이에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적당한 글귀를 찾지 못해 고민했다. 그러다 지혜롭기가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조언은 구했다. 이때 왕자가 알려준 글귀가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고 한다.

이 글귀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성공했거나 승리한 순간에 자만심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또한 실패하고 낙심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는 뜻이다.

요즘 한인사회의 모습은 우울하다. 한인들의 삶은 팍팍하다. 폐업하는 가게는 속출하고 있다. 한숨짓는 자영업자들도 수두룩하다. 취업 못한 젊은이들은 날로 늘어만 간다. 일터와 가정에서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리기 일쑤다. 심지어 삶은 포기하는 이들도 생긴다. 이와 달리, 사업이 잘 된다고 뻐기는 이도 있다. 직위가 높다고 떵떵거리는 이도 있다. 눈치코치 없이 자녀자랑에 푹 빠진 이들도 한 둘이 아니다.

지금 당신의 삶은 어떤가? 혹, 실패했다고 낙심하고 있나?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용기와 희망을 갖도록 하자. 또한 돈 좀 벌고 높은 직위에 있다 할지언정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위로와 희망의 말이다. 특별히 고통 가운데 있을 때,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곧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부디 지금이 힘겨운 한인들도 항상 이 한마디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괴로운 오늘은 반드시 지나간다고.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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