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시아 월드컵은 끝나고…

2018-07-26 (목)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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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함성을 지르고 열성으로 응원하고 지켜보던 축구축제는 프랑스가 최종 우승컵을 안으며 막을 내렸다. 최종 엔트리 32개국팀의 분투와 일희일비하던 순간들도 과거의 뒤안길로 가버린 지금, 우린 감동적인 모습들, 너무 아쉬웠던 경기들, 가슴 졸이는 페널티킥의 장면들을 되새기며, 허전한 마음마저 든다. 이처럼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운동경기가 또 있을까!

축구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는데 2,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희랍, 이집트, 중국 등지에서 발과 공을 사용해 경기를 했다는 기록이 있고, 그 중에서 중국 한나라왕조 때 군인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한 츄주(Tsu-Chu)가 최초의 축구라는 설이 유력하다. 가죽으로 만든 작은 공을 두 대나무 막대사이에 걸친 그물망에 발로 차서 넣는 경기다. 그러나 축구를 정착시켜 현대 스포츠로 일군 나라는 영국이었기에 오늘날 영국을 축구의 종주국이라 부른다.

중세 때(9세기) 본격적으로 시작된 축구는 세월을 거쳐 발과 손을 함께 쓰던 룰에서 발로만 차는 경기로 바뀌었고, 영국의 각 학교에 축구클럽이 생겼다. 애초에 럭비와 비슷한 과격한 경기에서 현대 축구로 진화한다. 축구의 인기는 온 세계로 퍼져나가고, 유럽의 여러 나라와 남미의 아르헨티나, 칠리 등이 받아들여 축구팀이 형성되었다. 1848년 처음으로 ‘케임브릿


1904년, 7개 유럽국가 회원들로 FIF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 세계축구연맹, 프랑스어)가 프랑스 파리에서 결성된다. 이들,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네델란드,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독일은 당일로 가담의사를 밝힘) 등, 7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막강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전통은 무서운 힘을 가졌음이 증명된 셈이다.
드디어 1930년 FIFA의 첫 월드컵이 우루과이에서 열렸다. 당시 41개국 회원국가였는데, 오늘날, 200여 개국으로 늘어나 명실공이 전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발전했다. 이로써 지구상의 사람들을 한데 묶고 서로간에 친목과 평화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선 각가지 이변이 속출했다. 월드컵 우승예상 1순위의 브라질이 맥없이 벨기에에 패해, 일찌감치 짐을 싸야했고, 남미의 강팀들이 줄줄이 주저앉았다. 이로써 유럽의 강팀만 살아남아 나머지 경기에 임했으니, 한편으론 좀 맥 빠진 모양새가 되기도 했다. 그 중에서 이변중의 이변은 우승확률 1%라는 태극전사들의 눈부신 활약이다.

랭킹 57위의 한국팀이 2014년도 우승팀, 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제패하다니! 이건 두고두고 못 잊을 기적같은 경기로 우리에게 남을 것이다. 팽팽하게 0:0으로 정규게임을 마치고 연장전 6분안에 2골이나 넣을 줄이야! 골잡이가 없는 훵하게 빈 골대 앞에서 우리의 손흥민 선수는 여유만만하게 두 번째 골을 넣음으로써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은 통쾌하다 못해 환희 그 자체였다. 우리에겐 프랑스팀의 19세 샛별, 킬리안 음바페의 등장만큼이나 기리 남을 명장면이다.

인구 415만의 소국 크로아티아가 2위로 우승문턱까지 간 건 정말 장한 일이며 똘돌 뭉친 선수들의 투혼이 빛났다. “축구공이 고향으로 돌아온다(Football is coming home!)”라고 외치며 거의 우승컵을 안을 듯 환호하던 영국팀은 4위에 그쳐 오랜만에 품었던 꿈이 물거품이 된 건, 세상일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또 한 번 일깨워 준다. 그래서 축구는 예상불허의 요소 때문에 세계인들의 최고인기 경기인가 보다.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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