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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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말을 잘 한다고 다가 아니다

2018-07-25 (수) 윤재호/뉴욕주 방위군 모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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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나 영어도 잘하는데 왜 번듯한 직장을 못 찾아. 내가 너 만큼 영어를 했으면 벌써 성공했겠다.” 종종 한인 이민 1세들이 자신의 자식이나 주위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한탄 섞인 소리를 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물론 특목고에 아이비리그를 거쳐 주류사회에 성공적인 자리를 잡고 있는 한인들도 많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한인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며 하루하루 알바로 고된 삶을 살고 있다.

사실 뉴욕주 방위군 모병관으로 근무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의 이런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기에, 나 또한 2세 한인 청소년들을 보면 취직의 어려움을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미군 입대를 위해서는 ASVAB(The Armed Services Vocational Aptitude Battery)라는 시험을 봐야 한다. 고등학교 10~12학년 수준이면 누구든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시험이다. 군 입대를 위한 최소 점수는 100점 만점에 31점이다.

놀랄 만한 것은 실제로 이 시험에 31점을 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 재학생들은 더욱 심각하다. 학교에서 성적이 상위라고 성적표까지 들고 오는 아이들 중 31점을 넘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당수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물론 학교 시험은 물론 대학 입시까지 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현 교육 시스템에 적응된 아이들이 계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군 입대 시험에서 수학 점수가 낮은 것은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태어나 영어가 모국어인 아이들이 어휘력이나 문장 이해력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난 교육자도 아니다. 교육 시스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현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고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 1세 모병관에게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이제 와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당신이라면 아이들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윤재호/뉴욕주 방위군 모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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