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들을 가르치며

2018-07-24 (화) 지현주/뉴욕가정상담소 호돌이 방과후 학교 바이올린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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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한 풀 내음과 푸르른 신록이 우거지는 여름의 문턱에서 뉴욕가정상담소 호돌이 방과 후 학교도 지난 1년을 열심히 달려 이제 곧 재충전을 위한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느덧 호돌이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봉사를 해오며 맞는 세번째 여름이 되었다. 처음 바이올린 클래스를 맡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라니,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뿌듯하지만 우선은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호돌이 학교에 오기 전까지는 음악학교에서 개인레슨을 하면서 연주나 공연을 하여 그룹을 가르쳐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뉴저지 ‘사랑의 바이올린 재단’의 소개로 호돌이 방과후 학교에서 많게는 10명의 그룹학생들을 상대로 바이올린을 가르치게 되면서 수줍음이 많은 나의 성격과 제한된 시간안에 여러 명의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 아이들의 흥미를 유지해야 하는 된다는 것 등이 부담감으로 다가와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한 반을 맡아서 운영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으니 돌아보면 개인적으로도 참으로 많은 성장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성장이란 것이 비단 개인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바이올린을 배우는 우리 학급의 학생들에게도 커다란 성장이 있었다.

바이올린을 배우며 단지 테크닉이 아니라 서도 돕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부쩍 성장했음을 느끼기도 한다. 한 학생을 예로 들자면, 이 학생은 지난 가을 학기만 해도 자기 주장이 강하여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도 안하고 악기를 던져버리기는 등 나에게는 큰 어려움을 주는 아이였다.

하지만 이번 봄학기에 바이올린을 처음 시작하는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 들어오자 내가 다른 학생을 봐주고 있을 때면 어린 동생들을 챙겨주거나 모르는 것을 가르쳐 준다던지 하는 부쩍 성장된 모습을 보여줘 나를 놀라고 감동시키기도 했다.

뉴욕, 특히 퀸즈지역은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지역이고 그에 따라 풍성한 문화적 교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음악은 사회적 통념상 접근이 쉽지 만은 않다.

어린이들은 그 어떤 환경 속에서도 교육을 받는데 있어서만큼은 그 어떤 장벽도 없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다. 호돌이 방과 후 학교는 그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올린 레슨을 통해 아이들은 단지 음악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그룹레슨을 통한 협동심과 인성발달 또한 갈라 콘서트/ 발표회를 통한 자신감과 리더십 등을 배우며 성장을 한다.

누구나 그렇듯 생각은 쉽지만 행동은 어려운 것이 봉사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봉사에 생각만 해오던 중에 이렇게 호돌이 방과후 학교에서 봉사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고 그에 더해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누군가를 위해 쓰여질 수 있게 되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매번 깨닫게 된다.

푸르른 잎새를 닮은 듯한 아이들을 보며 나의 바이올린 수업이 그들에게 밝고 자신감 있는 미래와 남을 생각하며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토대가 되기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뉴욕가정상담소 호돌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분들은 (971)497-4024로 문의하면 된다.

<지현주/뉴욕가정상담소 호돌이 방과후 학교 바이올린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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