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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다

2018-07-18 (수) 김주앙/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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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들은 미국 간다면 신나서 들고 뛴다는데, 아이와 형제들은 초상집이 된 채 슬퍼했다. 왜 고국을 떠나야 하냐고... 왜? 왜? 그랬음에도 결정된 미국 행을 말 없이 순종했고,미국 땅의 첫 정착지 뉴저지 토박이가 되었다.

아이는 새 나라 새 삶을 말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민의 삶에서 비록 노동자로 남을지언정 배움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굳은 의지로 아르바이트와 도서관을 한 눈 팔지
않고 아이는 열심을 다했다.

Rutgers University에 당당히 편입했고, 전공을 바꾸라는 무수한 주변의견을 마다하고 역시 사회학 전공을 택했다. 그 어렵고 쓸모 없는 사회학을 왜 하냐는 비아냥거림에도
묵묵히 그 한 길을 고행자처럼 달려갔다. 아이는 제 시간 제 때에 거뜬히 졸업을 해 주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아이는 직장인이 되고, 사회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학문에 대한 열정을 이루기 위해 대학원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 교회 청년부에서 한창 신앙적 붐을 일으켰던 시카고의‘ 코스타’에 참석을 하게 됬다. 아이는 큰 은혜 받았고, 크게 성령 체험을 했고, 크게 신앙적 도전을 받았다. “Mom... I’ m born again.” 현관문을 들어서는 아이는 해 같이 찬란한 광채의 빛을 온 몸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아이는 완전한 주님의 새 사람으로 태어났다.

손에는 성경과 진학 공부를 붇잡고 주의 길을 가겠노라 했는데, 그분은 아이에게 가정이란 미션을 먼저 선물로 주셨다. 주님은 준비된 뉴욕 총각을 뉴저지 처녀 아이와 만나
게 했고, 환상적인 주의 가정을 이루게 하셨다. 아이는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워킹맘으로, 건강한 주님의 가정을 아름답게 이루어갔다.

아이의 삶의 포인트는 영적으로 거듭난 삶을 한 번도 턴 백... 되돌이킨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이는 진정한 주님의 딸이고 오직 그분의 사람으로만 살았다. 바로 그 아이가...그 주님의 아이가... 그분의 부르심을 받아 주님 동산으로, 주님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되는 그분의 품으로$ (4/29/2018Viewing 환송예배 추모사)

‘아이’는 몇 년을 투병 중에 있었습니다. 잘하고 있었습니다. 생명은 의학적이 아니고 절대자의 소관이라는 믿음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아이는 일상처럼 운전하고 외출 중 쓰러져 48시간 코마에 머물다 갔습니다. 아이는 무엇보다 가장 큰 ‘죽음의 축복’을 받았다 했습니다. 아이가 간 그 순간에, 그리고 다음 날 이별의 날에도 이틀 간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전혀 무지개가 뜰 날씨가 아님에도.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남은 자들에게는 너무한 처절한 슬픔입니다. 아내를, 엄마를, 형제를, 딸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상실감을 감당하기에 우리는 너무 연약한 존재들임을 뼈저리게 절감할 뿐입니다. 바보가, 치매환자가, 기억상실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제는 느닷없이 터져나는 통곡의 벽을 붙안고 그 ‘잔인한 4월’의, 5월의 끝으로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황무지의 그 계절을…

<김주앙/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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