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창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중년 여성의 코에 내시경을 넣어 식도ㆍ기도 등에 종양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두경부암은 눈ㆍ뇌ㆍ귀를 제외한 머리에서 가슴 윗부분까지 발생하는 암이다.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침샘암 등이 대표적이다.
2015년 발생한 국내 전체 암환자 21만4,701명 가운데 갑상선암을 제외한 두경부암 환자는 4,455명으로 전체의 2.1%다(중앙암등록본부ㆍ2017년).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40~60대가 70~80%나 된다.
하지만 두경부암은 여전히 생소한 암이다. 그러다 보니 조기 발견을 못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세계 의학계는 매년 7월 27일을 ‘세계 두경부암의 날’로 정했다.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보통 3개월 이상 쉰 목소리가 지속되거나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입 안이 자주 헐거나 붓고 적백색 반점이 생기면서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한 쪽 코가 지속적으로 막혀있거나, 코에서 이상한 분비물이 동반되기도 한다. 치아관리를 잘해도 이와 무관하게 치아가 흔들리기도 한다.
최은창 대한두경부종양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쉰 목소리나 목에 이물감, 입속 상처가 2주 이상 지속되면 가까운 이비인후과로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두경부암 치료는 종류와 위치, 병기(病期)에 따라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이다. 경우에 따라 단독 혹은 병합치료한다. 우홍균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병기별로 차이는 있지만 비인두암, 후두암 등은 방사선 치료 예후(豫後)는 좋다”며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90% 이상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두경부암 원인은 흡연과 음주다. 최근 자궁경부암 위험인자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인한 발생이 크게 늘고 있다. 이영찬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흡연 인구 감소에 따라 두경부암 가운데 구강암, 후두암 발병률은 줄어들고 있지만 HPV에 의한 구인두암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술, 담배를 하지 않아도 구강성교 등으로 인해 HPV에 감염됐으면 구인두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미국암협회도 두경부암 증가 원인의 하나가 구강성교라고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위식도역류질환, 식도질환, 방사선 및 자외선 노출, 비타민이나 철 결핍 및 두경부의 지속ㆍ물리적 자극 등이 위험인자다. 최 회장은 “국내에서는 두경부암 인식이 낮아 ‘두경부암 알리기’가 절실하다”며 “환자가 조기에 증상을 의심해 빨리 치료할수록 더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는 ‘세계 두경부암의 날’을 맞아 이달 27일 오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검진을 실시하는 행사를 시행하고, 두경부암 바로 알기 캠페인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무료검진 행사에는 국제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중앙대병원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전국 25개 병원이다. 무료 검진을 받으려면 대한두경부종양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