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

2018-07-14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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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生命/life). 생명이 얼마나 귀중한가. 생명이란 우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생명이 사라진 사람은 죽은 사람. 시체 혹은 사체(死體)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포기란 없다. 희망이란 생명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생명은 삶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인생에 있어 삶이란 생명이 바탕이 되어 펼쳐지는 꿈이 아닐까.

2010년 8월 5일. 칠레의 구리 광산이 붕괴 돼 광부 33인이 매몰된 적이 있다. 지하 700m에 섭씨 32도와 습도 95%의 지옥 같은 공간에 갇힌 이들. 칠레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구호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칠레정부의 기술력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들을 살리기 위한 손길이 세계 각 곳에서 답지된다.

한 생명이라도 잘못되지 않게 하기 위한 전 세계인의 사랑이 집중된 거다. 미국 나사(NASA)에서 개발된 특수음식이 계속 투입됐다. 또 미국 기술자들이 중심이 된 플랜B 드릴이 판 구멍에 피닉스(불사조) II캡슐이 투입된다. 이렇듯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지 69일 만인 10월 13일, 전원이 구조됐다. 세계인의 사랑이 이들을 살린 거다.


지난 6월23일. 태국에서 발생된 동굴 사태. 야생 멧돼지란 이름의 유소년축구클럽 소속 선수 12명과 코치 1명. 훈련을 마치고 탐루앙 동굴에 들어갔다 갑자기 내린 비로 갇혀 버리고 말았다. 동굴 내 수위가 높아지자 이들이 물을 피해 점점 들어간 곳은 입구로부터 5km 지점. 실종된 이들의 생존이 밝혀진 건 7월2일.

3일부터 구출작전은 시작됐다. 그러나 구조는 동굴 속의 불어난 물로 잠수를 해야 하는 등 첩첩산중. 전 세계가 또 이들의 생환(生還)을 위해 관심과 사랑을 쏟기 시작했다. 태국 잠수부 40명과 다국적 구조팀 50여명이 13명 전체를 구출한 건 10일. 17일만이다. 소년 1명 당 잠수부 2명이 앞뒤로 붙어 동행해 살려 냈단다.
칠레 광부매몰사고. 태국소년 동굴사고 등. 이런 사고에 세계인이 관심을 갖고 사랑을 보내주는 것을 보면 아직도 세상은 삭막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런 관심과 사랑 속에 생명을 귀중히 보는 생명경외사상(生命敬畏思想)이 엿보인다.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가 외친 생명을 귀중히 보자는 사상은 어쩜 보편적 우주의 진리다.

슈바이처 박사는 의사, 목사, 철학자, 신학자, 음악가다. 그는 생명경외철학을 인류에게 널리 펼쳤다는 공로로 1952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아프리카에 병원을 세우고 평생을 흑인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바친 그. 그는 다른 모든 생명도 나의 생명과 같으며 신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생명경외사상을 말한다.

이토록 생명은 귀중하다. 더더욱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 놓는 사람들도 있음에야. 이번 태국동굴사고에서 소년들을 살리기 위해 산소통을 전달해주고 나오다 의식을 잃은 사만 푸난(37). 전직 태국 해군특수부대 대원이었던 그. 의식을 잃어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회복돼지 못하고 사망했다. 살신성인이다.

늘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죽음의 자리로 들어가는 용감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2001년 뉴욕. 9.11테러로 쌍둥이 빌딩이 붕괴되고 있을 때다. 빌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도망을 치고 있는 상황. 그런데 뉴욕소방서대원과 경찰들을 비롯한 구조대원들은 빌딩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다.

이 때 사망한 사람은 모두 2,977명이다. 이 중 민간인이 아닌 뉴욕소방서대원 343명, 뉴욕/뉴저지 항만공사경찰국 대원 37명, 뉴욕경찰국 경찰관 23명, 사설응급구조대 요원 8명 등 모두 411명이 숨졌다. 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마다하고 타 생명을 구하려 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다. 이들도 살신성인(殺身成仁)들이다.

스스로 몸을 죽여서 인(仁)을 이룬다는 살신성인. 인(仁)이란 사랑이 아닐까. 매몰됐다 살아난 33명의 광부. 태국동굴에서 살아나온 13명. 아직도 세상은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푼다는 증거 아닌가. 타인의 생명도 자신의 것처럼 여기라는 생명경외의 사상을 편 슈바이처박사의 뜻이 살아 있다는 증거임에야.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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