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풀뿌리 선거운동의 위력

2018-07-14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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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공화당 원내 대표인 에릭 켄터가 예비선거에서 정치경험이 전무한 대학교수에게 낙선했다. 공화당 보다 더 우파인 티파티가 나서서 에릭 켄터를 낙선 시켰다. 에릭 켄터야 말로 2007년 미국의 금융대란으로 폭 망한 부시 공화당을 지금의 폴 라리언 하원의장과 부시대통령의 책사 칼 로브의 조직을 이어받은 케빈 메카시와 함께 공화당의 신보수주의를 선언하고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하원을 다수당으로 이끈 3인방 중의 한명이다.

이때 이들 3인방은 티파티와 함께 연대하여 공화당 내 올드 타이머들을 밀어내고 젊은 공화당을 만들어 다수당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런 에릭 켄터가 그것도 원내 대표가 예비선거에서 이름 없는 교수에게 패배를 당했다. 모두 다 놀랐다. 패배의 원인은 풀뿌리 선거운동으로 월가와 협력적인 에릭 켄터를 응징하겠다는 티파티의 활약이었다.

2018년 민주당 차기 하원의장을 꿈꾸던 10선의 뉴욕 퀸즈와 브롱스 지역구를 둔 조셉 크라울리 의원이 28살의 히스패닉 여성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에게 15% 차이로 패배했다. 모두 다 경악했다. 크라울리 의원은 AFL-CIO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친노동 진보적인 정치인이다. 이런 정치인이 민주사회주의자로 버니 센더스 버몬트 연방 상원의원의 지지자인 오카시오 코르테스에게 무너졌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사회운동가이자 미 최대 사회주의단체인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의 회원이다.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승리한 지역구는 소수자가 대부분인 곳이다.


승리의 원인은 역시 풀뿌리 선거운동이다. 2000여명의 선거 자원봉사자들이 오카시오 코르테스 후보와 함께 지역구를 훑고 다녔다. 선거자금도 크라울리 10분의 1이었다. 그러나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후 오카시오 코르테스는 민주당 예비선거에 나선 민주사회주의자들과 진보적인 9명을 지지하며 후원금을 요청했는데 순식간에 소액 기부자들이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를 각 후보들에게 보냈다는데서 민주당은 더욱 경악을 하고 있다. 급기야 뉴욕주 연방상원의원인 크리스틴 질러브랜드가 축하전화를 했다.

또한 주지사에 도전하는 신시아 닉슨, 주 법무장관을 노리는 재퍼 티치아웃, 주 상원의원 경쟁자 줄리아 살라자르다는 트위트 팔로워 60만을 가진 오카시오 크르테스의 영향력을 정말로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사회주의 흐름이 과거 공화당의 신보수주의 3인방이 일궈냈던 하원 다수당 자리를 만들어 낼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반 트럼프 진영에서 트럼프를 욕하면 할수록 트럼프의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오히려 친민주당 성향의 진보적인 인사들의 트럼프 때리기가 오히려 트럼프 지지를 유지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미국 내륙지대 유권자들에게는 민주당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마크 시센은 좌파의 조롱이 트럼프의 재선을 돕는다고 하면서 민주당이 무조건 트럼프 정책을 반대만 하고 대통령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진보적인 엘리트 정당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공장 폐쇄와 일자리 이전, 가정을 파괴하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희망을 잃고 살고 있는 내륙의 민심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가오는 2018년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내 소수이고, 유색인종이고, 아시아계 이민자인 미주 한인들은 진보, 보수의 입장을 떠나서 반이민의 광풍을 일으키면서 처음으로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그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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