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지도자의 품격

2018-07-13 (금)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크게 작게
태국의 북부 치앙라이주 탐루엉 동굴속에 고립됐던 축구 소년 12명과 코치 1명 등 13명이 전원 구조되었다는 희소식을 접했다.

우기가 닥쳐오는 시기에 동굴속으로 들어갔다가 물이 차오르는 바람에 완전히 갇혀 있던 그들이 정말 기적처럼 다 살아나온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마음을 졸이게 한 구조작업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한 없이 애타게 했다. 깜깜한 동굴속에서 17일 동안 옴짝달싹 못하고 갇혀 있었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며칠전 신문 시사만평엔 “모처럼의 밝은 뉴스”라는 제목하에 한 미국인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펼쳐든 신문 너머로 “인간에 대한 희망은 아직 있군요.”(There’s still hope for humanity…)라고 말하는 장면이 묘사됐다. 다국적 동굴구조에 대한 이야기였다. 얼마나 암담한 뉴스가 우리를 우울하게 했는지 말해준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많은 사건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미국과 북한의 핵문제 대치, 초강대국들간의 무역전쟁,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총기사건, 우리나라에도 닥친 난민 문제 등… 살벌하고, 조금치의 양보도 없는 세상사에서 한줄기 희망이 엿보인다고 할까?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온 19명의 다국적 구조팀이 태국팀과 더불어 위험을 무릅쓰고 그지없이 지루한 구조작업에 묵묵히 투신해서 어린 생명들을 구해낸 쾌거였다.
태국 네이비실이 신중하게, 일반 취재진들의 접근을 저지하고 구조되는 아이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 남은 아이들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린 점 등은 재난을 당한 자들을 배려한 높은 경지의 도덕적 가치의 발로라 하겠다. 무엇보다도 감동스런 스토리는 25세 밖에 안 된 코치 엑까뽄 찬따웡에 관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최종 구조자자 되었다. 원래 수도승이었다가 할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환속해서 유소년 축구팀 “두더지 팀”의 코치로 일했는데, 동굴속에 갇혀있는 동안 공포와 배고픔을 잊하기 위해 ‘명상’을 시키며 아무 물이나 못 마시게 하고 종유석에 맺힌 물이 떨어지는 걸 마시게 했다고 한다.

어린 소년들이 그런 극한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이런 젊은 코치의 책임감있고 눈물겨운 노력의 힘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도자란 어떤 존재인가? 특히 위기에 처했을 때 살신성인의 마음자세로 아래 사람들을 보호하고 대처해가는 정신의 소유자여야 함을 그는 확실하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본인은 자신이 소년들을 동굴로 데리고 들어갔다는 죄책감으로 학부모들에게 계속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하니 그 고귀한 정신, 맑은 양심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귀감이라 하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처럼 어떤 순간 형용할 수 없이 귀한 경험을 하면서 그래도…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급할 때 속히 뛰어오는 용기 있는 자들과 남을 위해 몸을 던지는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가 있음을 우린 감동으로 맞이한다. 이런 자들이 우리 주위에 있기에 우리 지구는 그렁저렁 제대로 돌아가는 게 틀림없다.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