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 넘은 혐오 공격

2018-07-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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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혐·남혐 여과없이 쏟아내

도 넘은 혐오 공격

경찰이 남녀 차별 수사를 벌인다며 시위대가 7일 혜화역 인근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성체를 불로 태운 사진과 예수 그리스도를 조롱하는 글이 오르면서 온라인 공간의 극단적 공격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11일 인터넷 초창기부터 2010년대까지는 혐오 표현이 여성혐오 위주로 집중돼오다 2016년부터 남성 혐오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혐오의 총집합 공간으로 분석되는 일베에서 한국 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단어인 ‘김치녀’ 등 표현이 확대 재생산 되고, 한국 여성은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의미인 ‘삼일한’이라는 혐오적 유행어가 생겨났다.

여성혐오에 치우쳐 있던 온라인상 혐오 표현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이를 남성 혐오 표현으로 돌려주는 ‘미러링’까지 등장하면서 전체 크기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성우월주의 사이트를 표방하는 워마드에는 윤봉길 의사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이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듯한 합성 사진이 올라온 적도 있다.

온라인에서 횡행하던 혐오는 오프라인에까지 등장했다. 이달 7일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3차 규탄 시위’에서는 극단적인 ‘패륜’ 구호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오프라인으로까지 번지는 혐오 현상에 대해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족 단식 시위장 앞에서 피자·햄버거를 먹으며 ‘폭식 시위’를 벌였던 일이 떠올라 혐오스럽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아무런 여과 없이 혐오 발언과 행위가 난무하면서 건강하게 이뤄져야 할 성 평등 논의에 반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는 것은 혐오의 총량만 키울 뿐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라며 “현재 여성과 남성 간 신뢰가 사라지고 갈등으로 치달아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마드나 일베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발화를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혐오표현 하나하나에 반응하자면 끝이 없다”며 “오히려 혐오 표현을 늘려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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