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드컵보다 더 값진 선물

2018-07-11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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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를 상회하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 약 한 달 동안 카잔에서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푹 빠져 즐거움을 만끽하며 지내왔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크고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가 줄을 이어도 그것보다는 우선 월드컵에 집중하며 어느 나라가 우승컵을 차지하느냐에 온통 관심을 쏟아왔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총기사고가 일어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가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고, 일본에서는 물 폭탄이 발생해 139명이 사망, 실종하며 태국 푸켓에서 선박사고로 최소 33명이 사망, 실종하는 가하면, 터키에서 열차가 탈선해서 10명이 사망하고 73명이 부상을 입고, 태국의 동굴에서 유소년 축구팀 13명이 17일만에 구조되는 기적적인 사건 등이 일어나도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이보다도 더 뜨거웠다.

이제 마지막 4강에 진입한 나라들은 어떻게든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월드컵을 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혼신을 다해 뛰고 있다. 과연 어느 나라가 올해 카잔의 월드컵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한국은 일찌감치 월드컵보다 더 값나가는 0순위를 이미 따놓은 상태여서 결승전으로 치닫는 나라들이 월드컵을 두고 치열하게 겨루고 있는 경기를 그냥 즐기면서 관조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은 지난달 24일 독일과의 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0대 2의 신기록을 남기면서 세계 축구 최강국인 독일을 월드컵의 대열에서 보기 좋게 끌어내렸다. 이날 한국 축구팀은 독일전 한 경기로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세계축구 역사에 기적을 남긴 이날의 경기는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전 세계인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이날 축구 역사의 신기록을 당시 카잔의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다. “이날 기적의 현장을 함께 한 당신들이 모두 증인이자 승리자다.”
이번 경기에서 유럽인들은 독일이 패하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캐나다의 한 방송은 월드 챔피언인 독일을 월드컵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국이 내쫓았다며 한국이 역사적인 승리를 했다고 떠들었다.

무엇보다 멕시코는 처음 스웨덴과 3대0으로 지자 망연자실한 상태에 있다가 한국이 독일을 이겨주어 16강에 진출할 수 있게 돼 온 나라가 뒤집혀지다 시피 하였다. 모든 국민이 한 목소리로 ‘코리아! 코리아!’ , ‘비바 코리아!’를 외쳤다.

이처럼 한국은 세계 최강국인 독일을 이겨 세계인으로부터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 결과 16강 진입실패에 대한 아쉬움은 온 데 간 데 없고 이제 월드컵은 너희들이 나눠가져도 상관없다는 분위기였다. 2002년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이 16강에 진입하자 환호하면서 “우린 아직 월드컵에 배고프다.”고 하였다. 그런데 독일한테 한국이 이기자 “우리는 이번에 월드컵에 관계없이 배부르다.”고 하였다. 실제로 한국은 이제 월드컵보다 더 값진, 세계최강의 독일을 이긴 상태인데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마지막 8강에서 4강으로 간 팀들은 마치 한국이 독일을 끌어내리듯 그동안 상대팀을 하나 하나 차례로 끌어내렸다. 이제 마지막 남은 두 팀 중에 어느 국가가 월드컵을 안는 영예를 얻게 될 것이다. 마지막 월드컵을 쟁취하는 국가는 반드시 상대할 수밖에 없었던 강팀 독일을 일찌감치 막아준 한국에 ‘고맙다’ ,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에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한국은 월드컵의 기적을 낳은 최고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은 기쁨과 감동, 감격과 환희는 그 어느 월드컵에서도 맛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세계속에 위대한 축구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4년 후에 열릴 카타르의 월드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 달 동안 걱정과 시름을 잊고 스트레스 마음껏 풀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혼신을 다해 뛰어 큰 기쁨을 준 한국 축구선수단과 아울러 즐거움을 한껏 선사한 세계 축구 선수단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juyoy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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