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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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삼·쓰·뱉!”

2018-07-10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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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경제가 수상하다. 수년 새 좋았던 적은 없었다. 이렇게 장사가 안 된 적도 없다. 매출은 점점 떨어진다. 가게세도 못 낼 지경이다. 적자는 점점 쌓인다. 폐업도 못한다. 본전 생각에 망설일 뿐이다.

불황에 하루하루 속만 태운다. 새 까맣다. 고개만 절레절레 흔든다. 속수무책이다. 시름은 깊어간다. 시름시름 앓고 있다. 한 숨 소리는 높아간다. 아주 울상이다. “죽겠다”는 하소연이 넘치고도 남는다.

미국 경기는 나아지고 있다. 한인사회는 그렇지 않다. 회복은커녕 심화되고 있다. 가게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늘고 있다. 업종도 변화가 없다. 불황에 가게만 늘고 있으니 사정은 나쁘게 변화고 있을 뿐이다.


불황의 끝이 안 보인다. 업종에 상관없다. 사업규모도 별 차이가 없다. 장사하는 너나나나 매한가지다. 물론, 호황을 누리는 이들이 왜 없겠는가. 단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니 문제다. 이렇게 한인경제는 암울함이 현실인 셈이다.

지속적인 불황여파로 적자에 빚으로 연명하는 업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현실을 외면한다. 이젠 좀 나아지겠지 여긴다.

그런 막연한 기대를 품고 무작정 버틴다. 뾰족한 대책도 없다. 그저 ‘본전생각’에 팔지도 못한다. 폐업은 생각조차 않는다. 정말 큰일 날 일이다. 얼른 ‘본전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쪽박신세 되기 십상이다.

본전생각만하다 쫄딱 망한 이들이 생긴다. 아직도 적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 동안 들인 돈만 떠올리며 망설인다.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다. 그동안의 비용은 당연히 아깝다.

그렇지만 현 시점이 더 중요하다.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객관적 판단은 쉽지 않다. 전문가의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다. 비관적이란 결과라도 받아 들여야 한다. 바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불황탈출은 본전 생각을 버리고 판단하는데서 시작된다. 현재 자산의 가치가 본전이다. 그것이 엄연한 사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본전이라는 과거의 사실에 매달리면 안 된다. 현재도 미래도 다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서 본전생각에 버티는 업자들. 그들로 인해 ‘토사구팽(兎死狗烹)’의 희생자(?)들이 날로 늘고 있다. 토사구팽은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는 뜻이다. 곧 쓸모가 있을 때는 긴요하게 쓰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 의미다.


주변을 둘러보자. ‘청춘을 다 받쳤는데’, ‘성실하게 일했는데’, ‘간 쓸개 다 빼 놓고 충성을 다했는데’ 등을 한풀이하는 실업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루아침에 토사구팽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약자들이다.

이와 달리,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강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고마움을 잊지는 않겠지만, 사업에 걸림돌이 된다면 팽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명분을 내 세운다. 그런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감탄고토(甘呑苦吐)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이다. 약자로 표현하면 “달·삼·쓰·뱉”이다. 이는 다산 정약용이 엮은 ‘이담속찬’에 나온다. ‘이전에는 달게 먹던 것도 지금을 쓰다고 뱉는다. 사람은 이익에 따라 교묘히 바뀐다“는 말로 사용됐다. 제 비위에 맞으면 좋아하고 틀리면 싫어한다는 의미다. 사리를 채우려고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는 각박한 세태를 일컫는 말인 셈이다.

불황의 끝이 안 보인다. 약자들이 ‘토사구팽’으로 희생당하기 일쑤다. ‘달·삼·쓰·뱉’을 일삼는 강자들이 수두룩한 이유다. 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함께 망한다는 ’의리‘는 온데간데없다.

쓴 고생을 하고 나면 달콤한 낙이 온다고 했다. 비록 지금은 어렵다. 하지만 쓴 고생을 함께 한다면 단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는 희망의 날이 다시 오지 않겠는가?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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