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를 써나가는 사람들

2018-07-07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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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記者/reporter). 혹은 저널리스트(journalist). 기자의 기(記)는 말씀 언(言)에 자기 기(己)의 합성어고 자(者)는 사람(a person)을 가리킨다. 그러니 말을 기록하여 남기는 자가 기자다. 저널리즘은 뉴스를 취재하여 대중에게 보도하는 행위이며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사람을 저널리스트라 한다. 리포터는 보도자란 뜻.

신문사의 기자에는 취재기자, 편집기자, 사진기자 등이 있다. 신문사 외에는 방송기자와 인터넷기자 등이 있다. 사회의 목탁(木鐸). 기자를 일컬어 하는 말이다. 뜻은 스님이 치는 목탁소리처럼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어 사회를 계도해 나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자의 직업이란 이처럼 중하고도 의미 있는 역할을 담고 있다.

그러나 기자의 직업은 위험할 때도 많다.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는다. 지난달 28일 메릴랜드의 주도 아나폴리스에 있는 지역신문사 ‘케피털 가제트’본사에서 일어난 총격사건. 이로 인해 기자 4명과 영업부 직원 1명이 숨졌다. 범인은 재러드 라모스(38).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에게 모욕이 될 만한 기사가 나간 것에 대한 원한이었다.


라모스는 2011년 고등학교 여자 동창을 괴롭히다가 징역 90일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신문사는 이를 사실대로 보도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라모스는 신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 항소까지 했으나 패소했다. 7년 동안 기사에 앙심과 불만을 품었던 것이 이날 신문사의 총격사건으로 이어져 기자 4명이 숨진 거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 미담(美談)을 쓸 때는 즐겁다. 쓰는 기자, 언론사, 미담의 주인공, 읽는 독자나 청취자 모두가 다 좋다. 크게 쓸수록 부담 없이 좋은 게 미담기사다. 그런데 쓰기에 가장 곤혹스러운 기사가 있다. 법적으로 얽히고설킨 소송 기사다. 이런 기사는 사실에 입각해 짧게 써도 큰 불만요소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소송 기사를 쓸 때는 원고 측과 피고 측의 입장을 크로스(cross)로 취재해 쓴다. 크로스란 양쪽의 입장을 똑같이 취재한다는 뜻. 그래서 기사화되어 나갔는데도 양쪽 다 불만을 토로할 때가 있다. 소송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도록 썼다는 것. 특히 검찰이나 경찰 리포트에 나타난 용의자들의 기록을 기사화 할 때는 더 심하다.

뉴욕 컬럼비아대학정문 오른쪽 담엔 퓰리처(Pulitzer)란 이름이 크게 새겨져 있다. 퓰리처(1847~1911)는 남북전쟁당시 헝가리에서 외인부대로 미국에 들어와 북군이 되어 싸웠다. 전쟁 후 기자가 됐고 부자와 정치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취재로 권력층에겐 공포의 대상이 된 그다. 나중엔 미주리주 의원이 되고 신문사사장이 된다.

1883년 뉴욕월드지를 인수했고 타계하기 전, 컬럼비아대에 신문학과를 만들기 위해 후원활동을 펼쳤다. 사망 후 그의 유언에 따라 그가 남긴 유산 등 50만달러의 기금이 조성돼 1917년 퓰리처상이 재정돼 컬럼비아대학이 관리한다. 퓰리처상은 언론부문에 14개, 예술(문학/음악)부문에 7개가 수상되며 언론의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한인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는 둘. 강형원(LA폭동현장보도)과 최상훈(노근리양민학살사건보도)기자다. 둘 다 AP통신 소속이다. 기자들 중 가장 용감한 기자가 있다. 종군기자다.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는 그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사진을 찍고 기사를 보내는 기자다. 기자직을 소명(召命/Calling)으로 아는 기자다.

1984년에 개봉한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 캄보디아 내전을 취재해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시드니 샴버거 기자의 체험실화를 영상화한 영국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기자들의 면면을 잘 엿볼 수 있다. 한 기자의 체험이 영화가 됐고 이 영화를 본 세계인들은 캄보디아에서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최근 15년 동안 분쟁지역에서의 기자들의 죽음. 1,000여명이 넘는다. 이들은 왜 취재를 하러 갈까. 역사를 남겨야 하는 소명이 있기에 그럴 것이다. 전쟁터와 분쟁지역의 기자들만이 역사를 쓰는 건 아니다. 우리네 동네 언론사 기자들도 한 편의 역사를 쓰고 있다. 보고, 듣고, 말을 받아 역사(歷史)를 써나가는 사람들이 기자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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