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약속 지키도록 도와야”

2018-07-06 (금)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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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강연에 한인사회 관심 폭발

▶ 국제정세와 북핵에 해박…비핵화ㆍ북미수교 기대

“트럼프 약속 지키도록 도와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평통 시애틀협의회 초청으로 5일 턱윌라 라마다 인에서 통일 강연회를 갖고 있다.

한반도 통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지난 5일 턱윌라 라마다 인에서 개최한 통일강연회의 결론은 “미국이 6ㆍ12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을 지킬 수 있도록 동포들도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다.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회장 노덕환)가 초청하는 형식으로 치러진 이날 강연회에는 200여명의 한인들이 참석해 내용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인들도 북한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음을 보여줬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나 북한 핵을 보는 시각은 전문가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정 전 장관의 입장은 명확하고 명쾌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수교를 통한 경제적 해결을 원하는 가운데 미국이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북한 핵 문제가 불거져서 현재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날 강연회에서 2시간30분이 넘게 시대별로 상황을 정리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지난해 11월29일 이뤄진 북한이 최대 사거리 1만3,000㎞ 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조롱하듯 하면서 북한에서 워싱턴DC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성공하려면 최고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4개월반 만에 성공시켰다.

이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고 북한 핵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김정은도 인민들에게 “이밥(흰 쌀밥)에 고깃국 먹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주겠다”던 할아버지(김일성)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 시점이 2년 정도 남아 경제개방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가운데 북미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매개가 되면서 북미가 지난달 12일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고 정 전 장관은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6ㆍ12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들도 있지만 70년간 적대로 지냈고, 25년간 북핵 문제로 북한이 악마가 돼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악마’와 ‘평화수호자’(트럼프)가 만났는데 그 정도 합의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 동안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는 ①비핵화 ②북미수교 ③경제지원 순이었는데 이번 6ㆍ12합의에서는 ①북미수교에 해당하는 적대관계 청산 ②한반도 평화체제구축 ③비핵화 ④미군 유해송환 등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정 전 장관은 “기존에는 북한이 비핵화를 먼저 해야 북미수교를 통한 경제지원을 해주겠다는 의미였지만 이번에는 북미수교와 비핵화 등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인민들에게 경제적 번영을 약속해놓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는 합의사항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분석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평화협정이나 북미수교 등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고, 특히 중요한 결정의 경우 재적의원 3분2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반 트럼프 정세’등으로 인해 쉽지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 미국의 북미수교가 이뤄져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이번만큼은 의회에서 승인될 수 있도록 동포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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