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있는 것들과 하나된 삶”

2018-07-03 (화)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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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준 오레곤문인협회장 <흙을 요리하는 기쁨> 출간

▶ 지난 주말 200여명 축하받으며 출판기념회 열어

“생명있는 것들과 하나된 삶”

김홍준(가운데) 회장이 지난 30일 수필집 출판기념회에서 오레곤문인협회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매일 눈을 뜨면 마주하는 나무와 풀과 꽃, 그리고 염소와 닭 등 그야말로 살아있는 것들과 더불어 사는 삶은 행복하고 건강할 수 밖에 없다.

오랫동안 한국학교 서북미협의회에서 봉사해오고 올해부터 오레곤 문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홍준 회장의 삶이 딱 그렇다. 1978년 미국으로 건너온 후 만 40년의 이민생활 가운데 대부분을 타코마 지역에 살다 몇 년 전에 워싱턴주 밴쿠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의 밴쿠버 집에는 80여 가지에 달하는 채소 등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고 각종 가축들도 어우러져 살고 있다.

2003년 이미 한국 문단에 등단한 수필가인 김 회장이 이처럼 어울려 살고 있는 생명과 자연의 이야기, 그리고 먹거리나 요리는 물론이고 가슴에 두고 온 고향이나 고국을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첫 수필집 <흙을 요리하는 기쁨>(인간과문학사刊)을 내놨다.


▲잠 못 이루는 시애틀에 가면 ▲엉겅퀴 내 사랑 ▲목매기의 슬픔 ▲호박 잎 다듬어서 등 4부에 걸쳐 모두 40편의 수필을 담았다. 올해 고희(古稀)가 된 그에게 ‘40’이란 숫자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올해로 이민생활 40년이고, 부인인 김필란 권사와 결혼생활도 40년이다. 타코마 중앙장로교회의 장로로 신실한 크리스천인 그에게는 노아의 홍수 40일, 모세의 40일 금식, 이스라엘 백성의 40년 광야생활, 예수의 40일 금식, 예수부활 후 40일 등이 남달랐을 것이다.

김 회장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해 수필집에 담은 40편의 수필들은 그야말로 독자들이 읽어도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흙과 자연, 생명과 삶의 이야기들이다.

그는 “풀잎 한 포기도 사랑으로 보살피면 쓸모 없는 잡초가 없고, 나 몰라라 버려두면 잡초가 아닌 것이 없다”면서 “험한 세상에 살면서 시달린 많은 영혼들에게 순수한 동물과 식물들의 살아가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하고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70세 생일이었던 지난 30일 타코마 중앙장로교회에서 연 출판기념회에는 그야말로 20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이 교회 이형석 담임 목사는 축사를 통해 “김홍준 장로님은 주변에 있는 화초와 채소, 새나 가축 등 생명이 있는 것들과 함께 하는 삶에다 맛의 전문가로 흙 내음 나는 향토음식과 같은 맛있는 요리를 잘할 뿐 아니라 맛있는 글로도 우리와 나누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장로 부부와 35년 이상 친구로 지내온 이수잔 시애틀한인회 이사장은 “김 장로의 삶은 그야말로 한결같았다”면서 “중국 선교를 해온 부인을 돕고 특히 한인 꿈나무들의 한국교육에도 한평생을 헌신했다”고 말했다.

오정방 오레곤문인협회 명예회장은 “지인들을 안내하며 서북미에서 200번 이상 마운틴 레이니어를 다녀온 사람은 김 회장이 유일할 것”이라며 “그는 자신이 기른 작물은 물론이고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실천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서평을 맡은 박 선 워싱턴주 한인여성부동산협회 이사장은 “김 장로님의 작품은 그야말로 ‘착한 수필’로 글을 읽다 보면 내 마음이 정화되는 그야말로 ‘힐링 수필’”이라고 평가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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