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달장애인 24시간 수발… 청소년들 섬김 실천

2018-07-03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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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알 사랑의캠프 3일간 봉사

▶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밀착, 자비 참가 예수 리더십 배워

발달장애인 24시간 수발… 청소년들 섬김 실천

캘스테이트 롱비치에서 열린 밀알 사랑의캠프에서 LA팀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소망의 꽃은 곳곳에서 소리없이 피어나고 열매를 영근다. 젊은이들의 헌신과 봉사는 잿빛으로 보이는 세상에 천연색 사랑의 빛깔을 입힌다. 그리고 이민교회의 신앙 전승이 결코 죽지 않고 있음을 웅변한다.

밀알 사랑의캠프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캘스테이트 롱비치(CSLB) 캠퍼스에서 열렸다. 캠프에서는 남가주와 북가주에서 모인 발달장애인과 자원봉사자 400여 명이 어우러져 여름날의 추억을 쌓았다.

매년 개최되는 사랑의캠프는 봉사자의 땀으로 진행된다. 모든 봉사자는 자비로 비용을 지불하고 캠프에 동참한다. 올해도 발달장애인 참가자들마다 고등학생 봉사자들이 달라 붙어 24시간을 함께 보냈다. 예배부터 각가지 활동 현장은 물론 식당과 화장실, 기숙사 침실에 이르기까지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틴에이저들이 온힘을 다해 장애인 참가자들을 돌봤다.


또 캠프 곳곳에 걸쳐 대학생과 청년 리더들이 합세해 섬김의 하모니를 이뤄냈다. 리더들은 후배들을 지도하고 격려하며 봉사에 앞장섰다. 찬양과 율동을 가르치고 예배를 인도하면서 미래 교회와 사회를 이끌어 갈 ‘예수의 리더십’을 익혔다.

봉사자들은 식사를 못하는 참가자에게 일일이 음식을 떠먹여 줬다. 씻기고 용변을 돕고 뒷처리를 감당했으며, 발달장애인 친구를 달래고 보호하며 대화를 나눴다. 갑자기 뛰쳐 나가는 장애우 파트너를 붙잡고 안정시키는 일도 이들의 몫이었다.

집에서는 자기 방도 치우지 않던 사춘기 청소년이 사랑의캠프에서는 성숙한 보호자가 된다. 그리고 이런 시간 속에서 장애우 파트너와 우정을 나누고 인생의 크나 큰 교훈을 배운다. 나누지 않고는 제대로 살 수 없다는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봉사자 저스틴 김(로욜라하이스쿨 12학년) 군은 ‘남부의 하버드’라 불리는 애머리대학교에 합격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금쪽같은 방학 시간을 쪼개어 캠프에 참여했다.

“롱비치 항구의 퀸메리 호에서 열린 프롬파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캠프에서 주고 받는 사랑 때문에 매년 계속 참여하게 됐어요. 이번에는 특히 저와 함께 했던 장애우 친구와 마지막으로 캠프를 보내려 왔죠.”

대니얼 웬(잔마샬하이스쿨 11학년) 군은 “장애우 파트너를 샤워시키는 게 처음이어서 가장 어려웠지만 리더들의 도움으로 해낼 수 있었다”며 “다른 사람을 책임지며 돌보는 것을 캠프에서 배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세라피나 안(밴나이스하이스쿨 11학년) 양에게도 가장 인상적인 추억은 퀸메리호 선상 파티였다. “파티에 가려고 파트너를 씻기고 드레스를 입히는 게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배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잊을 수 없을 거에요. 돌아가서 친구들에게도 동참하도록 적극 소개할 작정입니다.”

조운 김(라카나다하이스쿨 11학년) 양은 “파트너 언니가 좀처럼 밤에도 잠이 들지 않았고, 캠프 내내 휠체어를 밀고 다녀서 힘들었지만, 선상 파티에서 언니가 휠체어에서 스스로 일어나 같이 춤을 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기뻐했다. 김 양은 “배울 게 많았다”면서 “내년에도 다시 캠프에 참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서연(허버트후버하이스쿨 9학년) 양은 “잠도 못자고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만 파트너 언니가 잘 먹고, 잘 자고, 즐겁고 편안하게 보내는 모습을 보고 흐믓했다”며 “이번 캠프를 통해 정성과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가족들에게 말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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