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민 온 가정들에게서 종종 듣는 이야기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한국말 노래도 잘 따라 부르고 엄마에게 한국말로 똑똑하게 대답도 잘하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발음이 소위 ‘동포 발음’으로 뭉개지고 부모와 얘기를 할 때도 영어로만 대답하기 시작한단다.
이럴 때 부모들은 실망하고 좌절하면서도, 영어를 사용해야 학문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학교 여건 때문에 아이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때에 부모들이 자녀에게 화를 내거나 혹은 한국어 말하기를 포기하면 안된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때, 외국어 교육이나 이중언어 교육의 전통이 약하다. 이로 인해 미국의 한국인 가정들은 내적 갈등을 겪곤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사용하기를 바란다. 허나 한국어를 정규교육이나 방과후 교육으로 가르치는 공립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종교단체나 다른 사설 기관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교육도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의 언어수준을 넘지 못한다.
결국 자녀들은 한국어 사용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결국 영어를 주된 언어로 사용하게 된다. 이는 한국 학생들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다른 소수민족 학생들이 영어만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소수민족의 언어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또래와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어서 선택하는 일종의 생존 기제인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것은 지금 미국에서는 가정에서 습득되는 소수민족의 언어, 즉 언어문화 유산(Heritage Language)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세계화(Globallization)운동의 일환이며, 기존의 영어 중심의 세계질서만으로는 점점 다원화되는 세상의 문화, 가치, 경제 등을 적극 반영하기 힘들다는 깨달음에서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며, 이를 감지한 여러기관들이 소수민족언어 교육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한국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략적 언어로 지정되어, 미국 각 지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여름방학 프로그램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웨체스터 지역에서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머시대학(Mercy College)에서 한국 문화 언어 여름학교가 2년째 운영되고 있다.
부모들은 이러한 언어 문화 유산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감지하여, 가정에서도 한국어 사용을 꾸준히 해야한다. 자녀들이 “듣기” 만 하여도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녀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한국어 책을 같이 읽으며, 한국문화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한국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우리가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한국어를 마스터해 주는 것이 아니다. 각 가정에서는 한국어를 문화유산의 일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도록 지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부모들의 지속적 관심은 결국 소수민족 자녀들인 한인 2세들을 이중언어 사용자로 키워주는 발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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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