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영주권자 사업가다. 100억을 신약개발에 '몰빵'했다. 99알을 꾸준히 먹은 뒤, 마지막 한 알을 더 먹고 자면, 다음 날 아침, 뱃살이 감쪽같이 없어지는, 똥배를 납작배로 만들어주는, 그래서 권상우나 유라같은 연예인 몸매가 되는, 놀라운 약이다.
회사를 한국과 미국 양쪽에 세웠다. 한국에서는 관리와 자금, 미국에서는 연구와 개발을 맡아왔다. 그렇게 힘들게 버티다, 드디어 임상시험(clinical trials) 단계. 이제 성공이 코앞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세계 1위 제약회사들 로슈(Roche)와 화이자(Pfizer)가 돈 가방을 싸들고 흥부를 만나고 싶어서 안달이다. 주식 10%에 200억을 주겠단다. 5년 만에 진짜 대박이 났다. 오늘 아침, 문XX 회계사로부터 흥부는 전화 한통을 받는다. 하루빨리 가업승계를 시키자는 조언. 지금 뉴욕에 MBA 유학 와 있는 딸(콩쥐)에게 미국 법인의 주식을 전부 증여하자는 내용이다.
이 사례를 갖고 앞으로 몇 번에 걸쳐서, 한국과 미국의 증여세 규정들을 먼저 정리한 뒤, 복잡한 부부 분할증여(gift splitting) 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다음 칼럼에서 다뤄질, 비즈니스의 가치평가 문제는 꼭 증여세가 아니더라도, 사업체를 얼마에 팔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증여세의 기초다. 첫째, 증여세 신고납부 의무는 기본적으로 증여자(donor)에게 있다. 증여를 받는 수증자(donee)가 기본 책임을 지는 한국과 정반대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콩쥐는 그저 흥부에게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만 하면 된다. 둘째, 소득세와 달리, 증여세는 별도의 주정부 세금이 없다(커네티컷 제외). 연방 세금만 생각하면 된다.
셋째, 증여자 1인당 평생 기본공제액(lifetime estate and gift tax exemption)은 증여자 1인당 1,118만 달러인데, 거주자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라서, 거주자 여부가 중요하다. 조심할 것은, 소득세법상 거주자 판정과 증여세법상 거주자 판정이 거의 같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것. 소득세 신고를 거주자로써(양식 1040) 했다고 해서, 그것이 증여세법상 거주자 자격을 자동으로 보장받는 것이 아니다.
넷째, 한미 조세조약은 증여세는 해당되지 않는다. 조세조약 제 1조는 "이 협약의 대상이 되는 조세는.. 한국의 경우는 소득세와 법인세.. 미국의 경우는 연방 소득세.." 이렇게 되어 있다. 그냥 소득세가 아니라 연방(주 정부는 빼고) 소득세이고, 연방 세금 전체가 아니라 소득세(증여세 등은 빼고)라고 분명하게 적혀 있다. 따라서 같은 건에 대해서, 한국에도 내고 미국에도 낼 수 있는, 이중과세의 위험이 있는 세금이 증여세다.
다음 칼럼에서는 미국법인의 주식가치와 사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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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