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기대속에 러시아를 찾은 신태용 감독의 한국축구팀이 1,2차 모두 투혼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지난 18일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0-1, 기대를 걸어본 23일 멕시코와의 2차 경기에서도 결국 1-2로 패하고 말았다. 기적은 있는 법, 희망은 걸어보지만 마지막 3차전에서 강호인 독일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는 이번 결과에 대해 성적을 따지기 전에 왜 한국이 실패 했나 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번 스웨덴,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한국이 한 골씩 놓친 것이 둘 다 한국 선수들의 실수로 패널티 킥을 허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선수들이 패널티 킥 구역에서는 절대 태클을 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만한 기본인데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감독의 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한국 축구팀은 4강 신화를 일으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역사가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변방에 있던 한국의 축구를 당당히 세계무대에 올려놓았다. 그 때의 감동을 우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당시 경기에서 한국이 한골 넣으면 히딩크 감독이 경기장으로 뛰어나가면서 하늘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은 한국국민의 기쁨과 감격을 더욱 배가시켜 주었다.
그 때의 신화는 전적으로 히딩크 감독의 유능한 지도력과 교육에 있었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자질을 살려 한없이 미약했던 한국축구팀의 조직력을 확실하게 구축, 4강 신화를 멋지게 이끌어냈다. 이것이 지도자의 능력이고 리더십이 아니겠는가.
그 때 당시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이 히딩크 밑에서 코치를 맡고 있었다. 그 때 히딩크에게서 배운 실력을 그가 베트남에서 십분 발휘, 중국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카타르를 꺾어 베트남 축구역사상 새 역사를 쓰는 기적을 일구었다.
박항서는 베트남인들이 “박항서! 박항서!” 연호하면서 영웅으로 칭하자 “나는 별 것 아니다. 단지 히딩크에서 익힌 전략을 너희한테 전수한 것뿐이다.” 라고 답했다. 그러자 베트남인들은 “히딩크는 우리와 관계없다. 당신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영웅이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훌륭한 리더십의 자질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 나라를 통치하다가 잘못되면 왕이나 대통령의 책임이고, 군대가 전쟁에 나가 패배해도 전적으로 그 군대를 이끈 총사령관이 책임을 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번 한국의 쓰라린 축구패배의 책임도 이 팀을 이끈 신태용 감독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원래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이 또 한국축구를 맡겠다고 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한국축구협회가 히딩크가 보낸 이메일내용이 신통찮다며 거부했다는 뒷얘기가 있다. 그래선지 4강신화의 주역인 박지성이 화가 나 “한국축구협회를 까부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항간에서는 아직 한국축구가 멀었다는 탄식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강팀과의 경기에서 성적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감독의 철저한 준비로 조금만 더 기본에 충실하고 조직력을 갖춰 팀플레이를 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경기였다. 멕시코 경기에서 본 한국 선수들의 개인기는 국제무대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게다가 멕시코 팀 축구강국들이 격찬할 정도로 경기종료에 앞서 롱 슛으로 날린 손흥민의 마지막 골은 세계 어느 선수 못지않은 훌륭한 골이었다.
감독의 역할은 경기에서 성적이 부진할 때 소리 지르고 난리치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평소 선수들의 훈련을 빈틈없이 시키고 경기 때는 수비, 공격의 작전지시를 정확하게 하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의 쓰라린 패배에서 교훈만 확실하게 얻는다면 한국축구는 앞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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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