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시의원 ‘낙선운동’

2018-06-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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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두세 반대단체 내년 선거서 허볼드 등 3명 타깃

▶ “인두세 찬반 주민의중은 몰라”

시애틀 시의원 ‘낙선운동’
시애틀시의회가 ‘홈리스 세’라는 별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도입했다가 한 달도 안돼 무효화한 ‘인두세’에 대한 후폭풍이 내년 시애틀시의회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두세 반대를 주장했던 캠페인 단체 측이 인두세 도입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시의원 3명이 내년도 재선에 나설 경우 낙선운동을 벌일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애틀 시의회 정원은 9명이다. 당초 4년 임기인 시의원들은 시 전체를 대상으로 주민 투표를 통해 선출돼오다가 지난 20 15년11월 선거부터 지역구를 나눠 선거가 실시됐다. 1선거부터 7선거구까지는 지역을 대표해 투표가 실시되고 8선거구와 9선거구는 해당지역 없이 시애틀시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투표가 실시된다.


이 가운데 1~7선거구까지 지역구를 가진 시의원들은 임기가 내년에 끝나는 만큼 대부분 내년 선거에 재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8,9선거구는 지난해 선거가 실시됐기 때문에 2021년까지 임기를 갖고 있다.

시의원들이 인두세 도입을 지난 5월14일 9-0 만장일치로 가결한 뒤 채 한 달도 안돼 갑자기 7-2의 찬반투표로 무효화를 결정한 과정을 보면 자신들의 재출마와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연 매출2,000만달러 이상의 관내 600여 기업체를 대상으로 종업원 1인당 275달러씩 세금을 거둬 홈리스나 저소득층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던 인두세에 대해서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확실하게 찬성쪽의 분위기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진보계열의 젊은 층이 많이 사는 시애틀시에서 가난한 홈리스 등의 주거문제를 인권의 차원에서 내다보며 세금을 거둬 돕자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5월 법안이 가결된 뒤 아마존이 신축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스타벅스, 우와지마야 등 대기업과 업소들이 인두세 등 시애틀의 반기업 정서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나오면서 시민들의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인두세 도입을 찬성했던 노동조합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인두세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시의원들이 잽싸게 무효화에 나섰다. 하지만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대기업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인두세 반대 캠페인 단체인‘노 택스 온 잡스’나 광역시애틀상공회의소 등은 인두세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리사 허볼드(1선거구), 마이크 오브리엔(6선거구), 샤마 사완트(7선거구) 의원이 내년 선거에 나설 경우 공격 타깃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실상 낙선운동을 주도하겠다는 의미이다.

반면 노조와 홈리스 권익단체 등은 이들이 내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할 방침이어서 결국 세대결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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