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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들이 펼치는 예술

2018-06-23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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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자랄 때, 50-60년 전 일이다. 초등학교 무렵. 그 때 시골엔 축구공이 없었다. 있어도 너무 비싸고 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있다. 둥글둥글한 돌에 볏짚을 두루 말고 거기에 새끼를 꽁꽁 묶어 축구공을 만들었다. 그걸로 축구를 했다. 축구장이랄 것도 없이 벌판에 큰 돌로 꼴 대를 만들어 놀았었다.

그래도 볏짚 축구공을 가지고 발에 피가 나와도 해가 지도록 공을 차던 때가 그리워 질 때가 있다. 이미 추억으로 남은 오래전 일이다. 지금은 시골 어디에 가도 이런 공으로 축구를 하는 곳은 없으리. 잘 만들어진 탄탄한 가죽 공으로 유니폼을 입고 좋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좋은 시대에 우리의 후세들은 살고 있다.

제21회 2018년 월드컵 축구대회가 러시아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6월14일부터 오는 7월15일까지 열린다. 2015년부터 지역예선을 통과한 32개 국가 팀이 16강에 오르려고 온 힘을 다 하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축구대회. 단일종목으로는 올림픽보다 더 오래 한 달 간 개최되는 과히 세계적인 스포츠축제라 할 수 있다.


이번 본선진출에는 이변이 둘이나 일어났었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탈락이요 또 하나는 미국의 탈락이다. 월드컵을 4번이나 제패했던 이탈리아. 그 이탈리아의 목을 잡은 게 스웨덴이었다. 이탈리아는 지난번까지 14회 연속 본선진출을 했었으나 그 기록이 깨져 버렸다. 미국도 1990년부터 7회 연속 본선 행이었으나 예선 탈락했다.

러시아가 가장 싫어하는 팀은 미국.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탈락됨으로 인한 미국기업의 광고도 빠져 러시아는 그만큼 수입 면에선 많은 손해를 보게 됐다는 후문이다. 대한민국은 연속 본선진출 세계 6위다. 1위 브라질(21회), 2위 독일(17회), 3위 이탈리아(14회), 4위 아르헨티나(12회), 5위 스페인(11회) 그리고 한국(9회)이다.

F조(한국/독일/스웨덴/멕시코)에 속한 한국은 지난 18일 이탈리아 본선진출을 발목 잡은 스웨덴과 한 판 승부를 겨루었다. 결과는 1대0. 졌으나 잘했다. 비록 슈팅수도 그렇고 패스 율도 스웨덴에겐 못 미쳤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선방했다. 체격 면에서도 키 차이가 났으나 주눅 들지 않고 손흥민이를 앞세워 잘 싸웠다.

한국은 이번 대회부터 도입된 VAR(Video Assistant Referee/비디오판정)만 아니었어도 스웨덴과 0대0으로 비길 수 있었다. 상대선수를 넘어뜨린 것이 VAR판독결과 페널티킥으로 연결되어 한 꼴을 먹었기 때문이다. 남은 건 멕시코와 독일. 2014년 월드컵을 제패한 독일. 그런데 17일 열린 멕시코 경기에서 1대0으로 지고 말았다.

이변이 일어난 거다. 그래, 스포츠엔 이변이 있을 수 있다.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이변. 강팀이 약팀에게 질 수도 있는 이변. 이변 이전에 선수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무장되어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이 정신은 스포츠 선수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거다.

6월15일 열렸던 포르투갈과 스페인 전. 포르투갈이 스페인에 밀려 3대2로 질 판이었다. 경기종료는 얼마 남지 않았다. 90분 경기에 87분이 경과됐다. 이제 나머지 3분이다. 포르투갈의 주장 호날두가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페널티킥이 아니라 프리킥이었다. 스페인 골 문 앞엔 스페인과 포르투갈 선수들이 줄 지어 서성되는 판.

호날두의 두 눈에선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 챌 때 갖는 빛이 광채가 되어 비치는 것 같았다. 킥을 앞두고 있는 호날두. 계속 심호흡을 크게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일 게다. 세계의 눈이 호날두의 발에 모아졌다. 호날두의 킥. 공은 바나나처럼 휘어 골대의 오른쪽 모서리를 향해 날아 들어갔다. 스페인 골키퍼는 속수무책.

발의 예술인가. 발끝의 묘기라 해야 할까. 참으로 예술같은 프리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대3.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호날두는 3점 모두 넣었다. 호날두가 좋아하는 말. “나는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축구는 내 인생이다.” 7월15일까지 펼쳐지는 축구대축제. 발들이 펼치는 예술에 흠뻑 젖어 봄도 꽤 괜찮을 것 같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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