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의 아이돌 K-팝 그룹 BTS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연말엔 TIME지가 선정한 영향력있는 인물 100위 중 1위를 하기도 했다.
무엇이 이들에게 열광케하는가? 뛰어난 음악성, 잘 생긴 외모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들의 이런 세계적 인기몰이의 일등공신은 단연 그들의 아이돌 팬덤 '아미' 덕이다. 디지털 글로벌 시대 덕에 전 세계의 아이돌 팬들은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하나의 공통된 '니드'를 공유하고 열광하며 지지한다. 가끔은 미성숙한 맹목적인 숭배와 왜곡된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꾸준히 사회적 문화 수준에 걸맞게 진화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들 팬덤은 자신들이 열광하는 아이돌의 인기유지와 방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평창올림픽 때는 폐회식 무대를 장식한 그룹 엑소의 팬덤 '엑소엘'이 온라인 악성 댓글을 방어하는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매크로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한 포털사이트에 자신들이 열광하는 우상의 공연과 대통령에 대한 악성 댓글이 올라오자 악성 댓글마다 집중적으로 달라붙어 대댓글을 달며 매크로를 무색케한 경우도 있다. 결국 그들의 눈부신(?) 활약 덕으로 선플이 많이 달린 기사가 포털 메인을 장식했다.
최근 한국에서 6.13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자유한국당은 참패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파'들 사이에 개운치 않은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후보를 지지하는 열성당원의 트윗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모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 유저의 민주당을 비판하고 대통령을 조롱하는 과거 트윗이 '문파'들에게 걸린 것이다. '문파'는 "선거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 "대통령의 후광을 어지럽히는 인물을 선택 할 수는 없다" 는 등 여러 이유로 같은 정당이 아닌 경쟁당 후보에 투표할 것을 독려하는 운동을 SNS에서 펼치기도 했고, 이들과 결이 다르면 서로 등을 지고 공격을 일삼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선거가 끝나 소위 보수가 주변화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런 맹목적인 충성심은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우리 대통령은 우리가 지킨다. 당이 좋아서 투표한 것 아니다. 대통령보고 찍어줬다. 누구든 대통령에 해가 되는 것은 용서하지않는다.'고 일변한다. 가히 아이돌 팬덤을 능가하는 대통령을 향한 팬심이다.
아직도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고 서로 자기 생각만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선거가 끝나도 SNS는 시끄럽기만 하다.
나폴레옹 시대 그를 열렬히 지지하던 '쇼뱅'이 있었다. 그는 17번의 전투로 불구가 되고, 나폴레옹이 실각한 후에도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한 충성심을 보인 인물이다.
지금의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이 21세기의 '쇼뱅'을 낳는 것은 아닐까.
조금 더 열린 의식을 갖고 한번쯤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가 아쉽다. 자신들의 우상에 열광하는 아이돌 팬덤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녔다는 성인 쇼뱅이 또다른 같은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인가.
식을 줄 모르는 선거 후 폭풍을 보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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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편집실 부국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