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도 금지 러시아서 월드컵 활용 복음 전한다

2018-06-21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크게 작게

▶ 외국인 거리전도 땐 선교사 추방에 맞서

▶ 교회서 축구경기 중계·간식 제공 교제

전도 금지 러시아서 월드컵 활용 복음 전한다

지난 18일 LA 주님의영광교회에 모인 한인들이 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며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온 세계 축구팬이 열광하는 러시아 월드컵 경기의 뜨거운 열기 뒤에서 러시아 당국과 교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러시아 당국은 평소에도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는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월드컵 게임 기간 중에는 교회의 전도 활동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크리스티애너티투데이(CT)는 최근 이와 같은 현황을 집중 보도하면서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러시아 당국의 탄압을 피해 각종 전도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는 코파카파나 해변을 따라 전도팀들이 늘어서 축구를 소재로 한 전도용품을 나눠주고 간증을 전하는 장면이 쉽게 목격됐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이런 모습이 완전히 실종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월드컵을 앞두고 이미 지난 2016년 새로운 법령을 제정해 기독교 신자들이 정부가 공인한 교회 건물 밖에서 복음을 전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그나마 전도 활동은 러시아인이 인도하며 공식적으로 인가를 받은 러시아 교회에 국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월드컵이 진행되는 내내 전도를 봉쇄하는 갖가지 조치가 취해지도 있다.

몇 년 전부터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정교회와 협력해 외국 선교단체를 폐쇄시키고 선교사는 물론 선교단체 종사자에게 입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또 기독교 복음을 전도하는 외국인은 추방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신교 교회와 선교단체들은 나름대로 전도 전략을 짜고 ‘전도 월드컵’을 진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나갈 수 없다면 불러 들인다’는 전술이다. 교회 밖에서 전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월드컵 팬들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모스크바를 비롯해 세인트페테르부르크 등 축구경기가 열리는 주요 도시에는 현재 약 400개 정도의 개신교 교회가 이런저런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교회는 월드컵 기간 동안 TV와 프로젝터 등 대형스크린으로 축구 경기를 보여주며 사람들을 교회로 모으고 있다. 주민들에게 팝콘, 해바라기씨 등 간식을 제공하고 교제의 폭을 넓히면서 복음을 소개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경기 대부분은 이미 입장권이 매진된 상태여서 교회의 이런 전도 전략은 아주 유용하게 맞아들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관람하면서 스낵을 먹고 함게 어울릴 장소로 동네 교회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러시아에서 아이스하키 다음으로 온 국민이 열중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이와 같은 전도 방식은 미국에 본부를 둔 ‘유라시아 선교’(Mission Eurasia)를 통해 체계적으로 준비돼 진행되고 있다. 수 백 명의 교인들이 러시아어로 쓰인 신약 성경과 특별히 제작된 제자훈련 교제 등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또 성경공부와 청소년 캠프 등으로 지역 주민을 초청하며 관계를 증진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전도 방식은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일반화된 것이다. 수퍼볼 같은 미식축구나 월드시리즈 야구 게임이 벌어지면 교회가 장소를 제공하고 주민들은 교회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스포츠 경기를 즐기곤 한다. 이제 러시아의 동네 골목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전도와 교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민교계에서도 지난 18일 LA 주님의영광교회가 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대형스크린으로 보여주며 예배당을 개방했다. 이 건물은 1932년 LA올림픽 당시 권투와 레슬링경기장으로 사용된 이력을 품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