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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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2018-06-19 (화) 나 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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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병원서 일할 때 나는 내 주관이 확실했다. ‘환자가 최우선이다’라는 생각으로 항상 환자에게 최상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서 가끔은 쌈닭이 됨을 마다치 않고 일했다. 육아와 집안일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가정을 위해 고심하고 내가 결론 낸 최고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런 나의 주관이 고지식함으로 병원과 환자에게 받아들여졌다.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일하고 공부하는 엄마로서 아이가 항상 집에서 할머니와 있어야 하는 게 미안해서 쉬는 날에는 애를 ‘짐보리’에 보냈다. 거기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뛰어놀라는 나의 배려였고 내 사랑이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뒤에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난 ‘짐보리’ 가는 게 정말 싫었어요. 그래서 맨날 짐보리 앞에서 울었던 거예요. 왜냐면 난 엄마랑 같이 노는 게 더 좋았거든요.”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내 직장 의료보험보다는 아내의 따뜻한 밥을 더 그리워했다. 가족을 위해서, 환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점점 내 삶에 기운이 빠져나갔다. ‘Culture shock’이라고도 생각해보고, 귄태기라고 생각해봤지만 답이 아니었다.


그때 우연히 산 책이 게리 패츠먼이 쓴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였다. ‘뉴욕타임스 초창기 베스트셀러, 최장기 베스트셀러’라는 문구를 보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읽었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그 중요한 사랑을 모르고 살아온 삶이 억울해서, 가족들에게 해온 모든 것이 헛수고임을 알아서, 그리고 어둠에서 희망을 찾아서.

나는 내가 돌보고 잘해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왔다.
책에서는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원리인데 난 내가 좋아하는 걸 당연히 상대방도 좋아할 거라고 착각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랑을 5가지 형태로 정리해 준 이 책은 각자가 원하는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그 사랑을 주고받을 때 인간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어린 아들은 ‘함께하는 시간’을 그리도 원했는데 나는 ‘짐보리’ 등록으로 사랑을 줬다. 남편은 ‘따뜻한 밥’이라는 사랑을 원했는데 나는 ‘의료보험’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병원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돌이켜보니 다 이렇게 어긋나 있었다.

그 때부터 내 삶이 바뀐 것 같다. 내 고집을 내려놓고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랑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온 지 벌써 5년. 인간관계에 여유가 생김을 느낀다. 가족들 사이에 긴장감과 오해 대신 느슨함과 편안함이 생겼다.

삶과 인간관계에 벽을 느낀다면, 올 여름 읽을 책으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 ‘유레카’를 외친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나 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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