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벽 쌓기

2018-06-18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크게 작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벽을 쌓을 계획이다. 멕시코인의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서이다. 높이 18피드(5.5미터)의 벽을 320마일에 걸쳐 쌓고, 땅굴을 파서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하 1.8미터까지 콘크리트를 한다. 엄청난 자재와 경비가 들 건데 어쨌든 하면 할 것이다. 불법 이민은 멕시코 뿐은 아닌데 담을 그 쪽만 쳐도 완전한지 의문은 많지만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이 담에 올라가면 멕시코 방향이 잘 보이게 한다는데 원거리 관광도 겸할 생각인지 좌우간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지구상의 토목공사로서는 단연 중국의 만리장성이다. 중국에서는 단순히 정체(長城)라고 부른다. 고대 진 나라 시황제 때 건립한 것으로 서기전(BC) 222년에 완공되었다. 본래는 5,000 킬로미터였는데 현재 지도상에는 2,700 킬로미터로 되어있다. 달에서 지구를 관측할 때 인간이 이룩한 유일한 공사로 관측되는 것이 만리장성이라고 한다. 진 나라가 북방 여러 종족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벽이었다. 옛날은 그렇다 치고 현대 민주주의 나라인 미국에서 멕시코 국경 벽을 쌓는 것 같은 대공사를 벌린다는 것은 범인(凡人)의 머리로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세계를 향한 미국의 자랑은 폭 넓은 이민정책이었다. 미국처럼 외국 이민을 많이 받고 잘 받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 아메리카 땅의 주인으로 말한다면 아메리칸 인디언 뿐이며 다른 종족들은 모두 밖에서 들어와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본래 ‘미국 인종’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통일된 나라를 만든 것이 미국이고 미국인이다.


‘끼리끼리 병’이란 말이 있다. 집단이기주의를 가리킨다. 단체는 단체대로, 교회는 교회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내 집단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으로서는 화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불어 사는 지구촌’이 미국과 인류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 요즘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복지논쟁’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만들 것이냐 하는 논쟁이다. ‘모두의 복지’를 도외시하고 ‘나의 복지’는 생각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세계 인구의 급격한 이동 때문에 인류의 화음(和音) 만들기는 모든 나라의 문제가 되어있다. 현대의 정치, 경제, 교육, 종교의 갈 길은 인류의 화음 만들기이다. 인류는 한 팀이다. 인류는 한 배에 탔다. 나 혼자 잘 되는 것은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흥하고 저는 쇠해도 좋다는 못된 생각 때문에 약육강식의 짐승 같은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다른 인종에 대한 이질화(異質化)의 극복이 미국이 세계에 보일 사명이고 미국에 이민한 200만 한국인의 사명이기도 하다.

필자는 미국에서 이민목회를 하며 세 번 미국인 교회당을 함께 사용한 경험이 있다. 한 건물을 인종이 다른 두 집단이 함께 쓴다는 것은 난제가 많다. 인종차별주의가 미국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건물 사용에 대한 많은 회의와 내규 만들기 등을 통하여 나는 이 두꺼운 벽을 헐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사랑’만으로만 넘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미국인과 공존하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진짜 예수의 사랑으로 그들과 친구가 되라.”고 가르쳤다. 그렇게 한 1년 쯤 지나면 피차의 눈빛이 달라진다. 남을 대하는 눈빛이 아니라 친구와 형제의 눈빛으로 바뀌는 것이다.

미국이 정말 위대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3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그것은 인종차별주의(racism), 계급차별주의(classism), 성차별주의(sexism)이다. 그 중 마지막으로 남은 싸움은 인종차별주의이다. 이것도 극복해야 진정으로 위대한 나라가 된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