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가 능사 아니다

2018-06-15 (금) 조진우/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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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뉴욕시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 리차드 카렌자 시교육감까지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 대열에 가담하자 특목고 입학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아시안 커뮤니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급기야 한인 및 중국계 단체들은 물론 정치인들과 특목고 동문들까지 가세해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지난 13일 퀸즈 플러싱 머레일힐 먹자골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는 아시안 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인 등 아시안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가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급작스럽게 발표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특목고 학생 인종의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시당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입학시험 폐지가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시의 계획대로 특목고 입학시험이 폐지되면 앞으로는 사실상 학교 내신성적으로만 입학생이 결정된다. 즉 뉴욕시 학군의 학력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중학교의 상위 성적 5% 학생들이 모두 특목고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없이 단기간의 성과에 사로잡혀 이같은 제도가 도입될 경우 특목고 인종 다양성 확대라는 목표는 달성 될지 모르겠지만, 얼마 못가 특목고들의 하향 평준화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목고 입학생 다양성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학력 수준이 낮은 학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토비 스타비스키 뉴욕주상원은 지속적인 교육 예산 투입과 교육 프로그램 확충으로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높여가는 방식을 통한 특목고 인종 다양성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가 연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목고 입학시험을 폐지하기 위해선 뉴욕주의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올해 내 관련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칼 헤스티 뉴욕주하원의장은 “논란이 많은 만큼 올해는 표결을 실시하지 않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제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내년 회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보다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앞장서 뉴욕시정부와 뉴욕주의회를 상대로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야 할 것이다

<조진우/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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