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발생해 8,800여 채의 건물을 불태우고 45명을 사망케 한 역대 최악의 가주 산불의 책임이 일부 PG&E에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화재 발생 후 수 개월 간 화재 피해자들은 이미 PG&E에 대해 150여 건의 개별 소송을 제기했다. 가주 소방국이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발표된 모든 케이스에서 PG&E 장비가 산불 발화의 원인이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주 소방국이 발표한 총 16건의 화재 가운데 11건에서 PG&E가 가주 안전 수칙을 위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24명이 사망하고 칼리스토가에서 산타로사에 이르는 지역 전체가 불타 가장 피해가 컸던 텁스(Tubbs)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변호사들은 PG&E에 대해 형사 고발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조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앞으로 PG&E가 소송을 통해 산불로 인한 재산 피해를 배상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북가주 산불로 인한 피해액은 100억달러 가량으로 추산된다.
한편 가장 많은 피해를 낸 텁스 화재 배상 건이 PG&E가 부담할 배상 책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텁스 화재 원인 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PG&E가 산불 피해 보상에 사용 가능한 보험금 액수는 8억 4천만달러 가량으로 피해 액수에 비해 현저히 모자라다. 이에 PG&E는 주 의회에서 산불 및 화재 책임 규정의 개정을 위한 로비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 같이 PG&E 장비가 산불 발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PG&E가 안전 수칙을 위반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피해를 보상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게 됐다.
또 책임 소재가 명확해짐에 따라 피해액 배상을 위해 유틸리티 요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책임 부담을 전가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불 소송을 위해 회사가 지출하는 비용 역시 요금 인상을 통해 메꾸지 못한다.
보험금 지급 및 대위 변제(subrogation) 등의 절차도 산불 피해 개인과 단체 그리고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단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산불 피해자가 보험에 가입돼 있는 경우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료와 공제액 지불 분이 변제되는 형태로 배상이 이뤄지며 보험금을 지불하는 보험회사는 PG&E에게 변제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영국 출신 유리 공예사로 나파에 거주하다 산불로 일생의 작품을 모두 잃어버린 클리포드 레이니 씨는 “유럽에서는 전선이 대부분 땅 밑으로 지나가는데, 나파에서는 나무들에 전선이 감겨있는 것을 보면 놀랍다”며 “재정적으로 지금 아주 어려운데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 유일하게 살 길이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PG&E 측은 “(유틸리티 회사에) 안전수칙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묻게 되면 회사의 재정을 약화시키고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해쳐 가주의 공익사업과 클린 에너지 정책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며 관련 규정 개정을 위한 로비를 계속해 나갈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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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