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범칙금발부 요원과 의사

2018-06-09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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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職業/job/vocation). 다양하다. 아마도 인간이 가진 직업 종류는 수 만 가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많은 직업. 이 중에서도 사람들이 아주 선호하는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다. 또 자신에게도 좋고 타인에게도 좋은 직업이 있다. 아님, 자신에게는 좋지만 타인에게는 나쁜 직업도 있을 수 있다.

자신에게는 좋은데 타인에게는 나쁜 직업. 도시의 변방, 즉 도시 주변의 전원에 집과 주차장 그리고 직장을 갖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 그러나 도심지 안에 사는 사람들이나 직장인들에겐 너무나 적용이 많다. 자동차 범칙금 티켓이다. 뉴욕 경찰청 소속의 범칙금 발부 요원. 이들은 눈에 가시다. 여차하면 범칙금을 발부한다.

그들에겐 아마도 범칙금 쿼터제가 있지 않나 싶다. 하루에 얼마까지를 범칙금을 발부해야 한다는 등. 그리고 범칙금을 많이 발부하는 요원은 인사 고가에도 반영돼 그들의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도 매정하게 발부되는 범칙금이 되다보니 그들이 지나만 가도 보기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들도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그런 직업을 택했고 자동차 티켓을 발부하는 것이지 않겠나. 그들을 미워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또한 그들을 통해 준법정신을 앙양할 수도 있으니 더더욱 그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런데도 그들은 도심 속 자동차 운전수들에겐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다.

언젠가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주차위반으로 범칙금을 발부 받은 적이 있다. 너무도 황당했다. 집에서 무슨 일을 하다 ‘아차’하고 시간을 잊어버리고 있다, 가 보았더니 시뻘건 티켓이 자동차 앞에 붙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1분정도 남아 있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지혜롭다 할까. 벌금을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대개의 경우 한인들은 자동차 티켓 벌금을 그냥 내고 한 숨 한 번 쉬고 만다. 왜냐하면 억울하다고 벌금 다시 수정 취소시키려면 법원에 가서 어필해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번잡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결국 당하는 것은 운전수다. 그러니 티켓 안 먹으려면 시간 잘 보고 정신 차려서 동전을 그때그때 잘 집어넣어야만 한다.

어떤 직업이 자신에게도 좋고 타인에게도 좋을까. 이런 직업 중 가장 선호되는 직업은 의사가 아닐까. 의사는 대학과 대학원, 인턴, 전문과정을 거쳐야 된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잡이다. 잡(job)이라기보다는 보케이션(vocation), 즉 천직일 수 있다. 학비와 경비가 만만찮게 들어간다. 오래 견뎌야만 된다.

전문의까지 되려면 최소한 10년이다. 그러나 전문의까지 되고 나면 그의 남아 있는 여생은 탄탄대로다. 개업을 하고 나면 신문이나 방송에 홍보하면 된다. 그러면 환자는 스스로 의사를 찾아가게 된다. 요즘 병원에 자주 드나들면서 느끼는 것은 의사야말로 자신도 좋고 타인에게도 좋은 천혜의 직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천혜의 직업일 수 있는 의사. 그러나 의사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그만큼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주차 범칙금 발부 요원이든 의사든 모두 먹고 살기를 위한 수단이 잡일 수 있다. 다만 티켓을 발부하는 사람의 직업일 경우 사람들의 눈에 가시가 되니 안 좋을 뿐이다. 의사라고 해서 그런 사람이 없나하면 그렇지도 않음이다.

자신도 좋고 타인에게도 좋은 잡. 의사이면서도 상생이 아닌 자기만 생각하고 돈만 생각하는 의사들도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그런 의사들은 자신의 양심에 손을 얹고 스스로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벌려고 할 때 그 생명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돈으로 발라진 동물로 변해버리고 만다.

의사가 양심을 잃어버리면 환자를 돈으로 취급하고 대할 수 있다. 자신에게도 안 좋고 타인에게도 안 좋다. 주차 범칙금을 발부하는 잡은 양심이 필요 없는 잡이다. 그러니 누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티켓을 발부한다. 그러나 의사는 아니다. 끝까지 자신에게도 좋고 타인에게도 좋은 의사의 직업으로 남아야만 된다. 그것이 천직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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