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북회담 앞두고 주목 받는 38노스
국무부 출신 조엘 위트 등 북한 전문가 포진
▶ 위성사진 등 객관적 데이타 수집 정확한 분석
미북정상회담을 통한 북한의 핵 폐기 관련 미국과 북한의 세기의 담판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실제 북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에 대한 이행을 감시하고 분석할 민간기관의 하나로 ‘38노스’(38North)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 상황을 전문적으로 분석해온 웹사이트인 ‘38노스’(www.38north.org)는 위성사진 분석 등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 및 관련 동향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유명세를 탄 연구 프로그램이다. 특히 존스홉킨스 대학의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 산하에 속해 있다가 최근 한국 문재인 정부가 예산 지원 중단을 결정하면서 USKI가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생존을 모색해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북핵 폐기를 둘러싸고 롤러코스터처럼 전개되고 있는 치열한 한반도 정세 속에 그 진가가 더욱 부각될 ‘38노스’를 해부해본다.
■‘38노스’란
연방 국무부 북한담당관 출신인 조엘 S. 위트 선임연구원과 한국계인 제니 타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부소장이 지난 2010년 설립한 북한 전문 웹사이트다. 38노스는 특히 위성사진 분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동향을 상세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8노스는 홈페이지에서 “북한에 대한 분석은 종종 경험 부족과 부정확한 정보, 형편없는 추론 등이 퍼져있다”며 기존 북한 관련 사이트의 한계를 지적하고, “정확히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사람은 없지만 최소한 이해해 보려고 시도해볼 수는 있다”고 활동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즉, 피상적이고 무분별한 추측이 아니라, 위성사진 등과 같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증거를 토대로 북한의 내부 상황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위트 연구원은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의 보좌관 자격으로 1994년 북한을 방문하는 등 지금까지 20차례 가까이 방북한 경험이 있는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다. 2016년 11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반관반민’ 형식의 북미 1.5트랙 대화에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북핵 개발 상황 분석 전문성
실제 38노스는 민간위성 업체들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을 토대로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전문성을 인정받아왔다. 특히 2015년 9월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내에서 새로운 동향을 감지함으로써 4차 핵실험 실시를 한발 앞서 경고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또 2016년 4월엔 영변 핵시설에서 연기가 배출된 사실을 포착, 핵연료인 플루토늄 재처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보다 무려 두 달이나 앞선 세계적 특종이었다.
이같은 적중률은 화려한 필진에서도 기인한다. 북한을 수차례 직접 방문한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헤커와 전 AP통신 평양특파원인 진 H. 리,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제임스 앤드루 루이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북한 정보기술(IT) 관련 전문 매체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마틴 윌리엄스 등 200명에 가까운 전문가를 기고자로 두고 있다.
위트 선임연구원을 비롯해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대북협상대사,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연구원 등 대북 대화파도 상당수 필진으로 포진해 있다.
■지원중단 사태 후 새 둥지
38노스는 최근 워싱턴 DC의 중도 성향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 산하로 편입됐다. 2010년 설립 때부터 원래 소속돼 있던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 한국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을 이유로 문을 닫으면서 독자 생존을 모색하다 스탬슨 센터로 공식 합류한 것이다. 당시 38 노스의 공동설립자인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성명을 내고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 중단 결정에 대해 “이는 USKI의 역사를 감안할 때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USKI는 저명한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의 한국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가 설립해 스티븐 보즈워스(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로버트 갈루치(전 북핵특사) 등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전직 관리들이 이사장을 맡아온 곳”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초 38노스는 예산 지원이 끊긴 이후 카네기재단·맥아더재단 등의 기부금으로 별도 재원을 마련해 독립 연구소 형태로 존치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결국 스팀슨 센터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위트 선임연구원은 스팀슨센터 산하 38노스의 이사 겸 수석연구원에 내정됐고, 타운 전 부소장은 38노스 편집장 겸 연구분석가를 맡게 된다.
■ 위트 수석연구원이 보는 북한 비핵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측은 올들어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른바 ‘비핵화’ 드라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보상조치를 이행해주길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38노스 공동설립자이자 운영자인 조엘 위트(사진)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의 분석이다.
위트 수석연구원은 최근 시사전문지 ‘애틀랜틱’에 기고한 ‘북한이 내게 말해준 계획’ 제하의 글에서 2013년 북한 당국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접촉했을 때 받은 인상을 회고하면서 이같이 제언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제시한 일괄타결식 ‘리비아 모델’보다는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제시한 다단계적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위트 수석연구원은 강조했다.
미북 당국자간 회동에 참석했던 위트 수석연구원은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병진노선’(핵과 경제 동시 발전)을 선언했지만, 정작 회담에 참석한 북한 관리들은 미북관계가 개선되면 이 같은 노선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2013년 북한 국방위원회가 비핵화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는게 위트 수석연구원의 해석이다. 특히 북한 당국자들은 이같은 대화 시사가 김정은 위원장의 의사로서,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위트 수석연구원은 전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북한 당국자들이 비핵화 문제를 미북 양자회담이나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의 의제로 다시 올릴 수 있다고 한 점이다. 당시 북한 측이 제시한 비핵화 논의의 유일한 조건은 미국이 협상 전제로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비핵화 대가의 핵심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고 위트 수석연구원은 설명했다.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정치·안보·경제적 대립을 중단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을 의미하며, 안보적으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경제적으로는 대북제재를 해제해달라는 요구를 뜻한다고 위트 수석연구원은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