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핵 없는 세상

2018-06-08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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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면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다. 최근 두어달 동안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 열릴 수도, 회담 한다, 회담이 잘 될 경우 플로리다 별장에 초대 하겠다 등등, 세계사의 흐름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한 줄로 출렁거렸다. 몇 시간, 하루 차를 두고 번복되는 한반도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약소국의 설움을 톡톡히 당했다.

한국전쟁이후 북미정상이 얼굴을 맞대는 것은 처음이다. 이 회담의 핵심의제가 비핵화와 대북체제 안전보장이다. 그동안 북한은 7번의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계속 했고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모든 핵 및 관련시설에 대한 북한의 신고와 자유로운 사찰에 대한 북한의 동의, 상당 수준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패전국에 적용되는 용어라며 반발, 이에 의견차를 조정 중이다.

도대체 핵이 무엇이길래 이리 스트레스를 주나? 사실 핵을 가진 나라가 늘어날수록 우발적으로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핵 위험이 날로 강해지는 것이다.


먼저 1945년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전쟁을 끝냈지만 핵폭탄 발명에 기여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내가 만약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의 일을 예견했더라면 1905년에 쓴 공식을 찢어버렸을 것이다” 며 맨하탄 계획을 실시하도록 편지를 보낸 데에 후회를 남겼다.

일정거리 안의 인체는 아예 증발하거나 탄화하고 멀리 보았어도 실명하거나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방사선에 노출되어 태아 기형, 각종 합병증을 남겼다. 핵무기 한 방에 30만 명~100만 명이 사망하니 그야말로 민간인 대량 학살용 무기이다.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물질을 얻기 위해 원자로가 발명되고 민간 발전용으로 용도 변경이 된 것이 원자력 발전소다. 주요한 전력원이자 불치병 치료 등등에 기여하지만 관리 소홀이자 기술 부족으로 방사능이 노출되면 2만년간 그 일대는 불모지가 된다.

1986년 4월26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4호기 폭발사고로 반경 30Km 주민 11만명이 강제 이주했다. 이미 수만 명이 방사선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후손들에게 종양, 선천 기형,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규모 9.0지진이 일어나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 주변을 황폐화 시키면서 원자로를 파괴,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반경 20Km 내 마을은 고농도 위험지역으로 판정돼 소개됐고 이주민들은 생식 능력 저하, 각종 암 발병으로 죽었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한반도의 안위가 늘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 북미가 날카롭게 대립하며 한반도에 전운을 몰고 왔던 불과 얼마 전, 북한의 미사일이 한방 미 대륙에 떨어진다면 미주한인사회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잠깐 상상한 적이 있다.

1941년 12월7일 일본제국 해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었고 당시 일본계 시민 12만7,000명이 미국에 살고 있었다. 이듬해 2월19일 루즈벨트가 내린 ‘행정명령 9066’으로 서부 해안지역에 거주하던 이민자와 일본계 2, 3세들이 캘리포니아 내륙과 애리조나 등 각 주에 급조된 수용소로 강제 이주됐다. 그중 약 8만 명이 일본말도 잘 못하는 이민 2, 3세대 시민권자였다. 앞서 공습 직후 이민자 공동체 지도자급 인사 5,500명이 체포돼 강제 구금됐다.

지금은 그때와 여러 상황이 다르지만 일단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한다면 한인이민자들은 “나는 미국인이다” 아무리 외친들, “머나먼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일 뿐” 이라는 사고방식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내릴 지 모를 일이다.

모쪼록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세기의 빅딜이 잘 성사되어 분단 70년을 끝내고 한반도가 ‘핵 없는 세상’에서 아시아의 중심이 되기를 고대 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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