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지구 경기여고 동창회 산하 경운 장학회가 주최하는 웅변대회가 여덟돌을 맞이 하였다. 그간 해마다 참가 학생수가 증가하여 올해에는 근 30명의 학생들이 웅변 원고를 보내왔고, 이에 담은 그들의 이야기와 생각도 많이 증폭되고 깊어진 것이 선뜻 마음에 와 닿는다. 주최측에게는 더 할나위 없는 기쁨이요, 참가자들에게는 의미있는 도전으로 오랫동안 기억 될것이다.
소수민족의 일원으로, 생김 생김과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 미국 땅에서 자라나는 우리 후세 어린이들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긍정적인 정체감으로 무장되어 자신감 있고 성공적인 인물들로서 성장 할 수 있도록 그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자랑스러운 할머니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심은 한국 문화의 뿌리가 어느새 어엿한 묘목으로 탈바꿈한 모습에 감흡한다. 그리고 의연히 경운 장학회를 발족 시키고, 태평양을 횡단해가며 흩어진 뜻을 모으고, 기금을 마련하고, 시종 일관 헌신해온 역대 회장단(장순옥, 조은숙, 정순양, 정순영) 에게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번 웅변대회의 주제는 Korean-American Identity(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 와 북한미간의 갈등중 이중 택일을 하는 것이었는데, 대다수의 학생들이 전자를 택한 것을 보니 역시 본인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문제를 안고 고민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이처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없는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나는 긍정적인 코리안-아메리칸의 정체성을 성취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 이들 사춘기의 학생들은 진지한 자세로 자아성찰에 나섰다.
반세기를 훨쩍 뛰어넘는 긴세월 동안 이곳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교수로, 교육심리학자로, 어머니로 살아온 Korean-American 의 한 사람으로써 나는 내 나름 대로의 경험을 돌이켜 보며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첫째로, Korean-American 이란 누구인가? 우리의 대다수, 즉 한국에서 이민을 왔거나 이민자의 후예인 사람 중 한국 여권을 소유한 사람을 제외한 우리 모두가 Korean-American이다. 영어나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고 하여 미국 또한 한국의 문화나 풍습에 익숙하지 못한다고 하여 이도 저도 아닌 것이 아니다. 또 양 문화권의 변두리에서 서성거리는 정체 모호한 변두리인(marginal person) 은 더욱 아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미국인 행세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것은 모두 저버려야 하고, 한국인으로 자처하기위해서는 미국적인 것을 전면 부정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한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를 깊히 이해하고 소회시켜서 보다 능력있고, 칭조적이고 조화로운 사람으로 살아갈수있고 또 그래야 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둘째로, 흔히들 우리가 소수인인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이곳 미국에서 사는동안 많은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불평을 하는데 꼭 그렇치만은 않은 것 같다.
때로는 각자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혜택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반에는 한국인이라고는 나 한사람밖에 없어요. 그래서 대다수인 미국 아이들이 나를 업수히 여기고, 놀리고, 따돌리고 해요” 라고 속상해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미국 땅에서 긴 세월 살다 보니까 때로는 소수인 것이 얼마나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타인들로 부터 결집된 관심을 받고, 인정을 받고, 각광을 받는데 있어서 큰몫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셋째로, 한국계 미국인인 우리는 태생이 한국이건 미국이건을 불문하고 긍정적인 코리안-아메리칸 정체성을 추구함에 있어서 상당히 힘든 언어의 장벽, 상이한 문화에서 오는 쇼크, 그리고 백인 대다수로부터 받는 인종비하 및 차별대우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바와같이 모국어인 한국어를 유지해가면서 영어를 배우는 일 또는 제 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배우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 되는일이다. 그렇다고해서 잘 균형잡힌 이중언어 능력을 습득 하는 일이 우리의 능력 밖의 일은 아니다. 그리고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더욱이 평창 올림픽게임을 성공리에 끝마치고난 오늘날에는 이 우주촌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도 이는 틀림없이 실리가 있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서로 상이한 두개의 문화권 안에 상주하면서 일치하지 않는 평가기준과 가치관을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일도 쉽지는 않으나 우리가 능히 할 수 있는 일미며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런데 공존하는 두문화의 늬앙스를 올바로 이해 하려면 반드시 아중언어의 능력이 필요하다. 다행하게도 이중 언어와 이중문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생 보완 할 수 있는 것이니 더욱 노력하고 배워 볼만한일이다.
넷째로, 우리 한인 학생들은 자주 “온순하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순종적이다”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인종/민족 비하와 차별대우에 접함으로써 그들의 자라나는 어린마음에 상처를 입곤한다. 그리고 얼른 들으면 칭찬으로 들리는 “모범적인 소수민족” 이라는 표현도 때에 따라서는 우리 어린학생들에게 수학과 과학에서 뛰어나야한다는 강압감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들어 이곳 버겐카운티아카데미 고등학교에서는 한국학생 한명이 교사로 부터 한국인에 대한 일괄적인 증오의 언사를 듣고 대경실색한 사건이 벌어졌었다. 이 사건은 이러한 한국인에 대한 혐오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징조-학교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가장 비근한 예이다. 이 비윤리적인 교사를 향하여 용감하게 반기를 들고 성토한 한 한국학생애게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
끝으로, 나는 우리 한국계 미국인인 한인 학생들에게 다음 사항을 권장한다. 학생들은 각자가 긍적적인 코리안-아메리칸의 정체성을 추구함에 있어서 가능한한 한국계, 비한국계라는 경계선을 넘어가며 우정의 범위를 넓혀라. 타민족간의 부적절하고 부당한 반목과 비하를 없애기 위해서는 서로 서로의 특유한 풍습과 행동성향을 알고 이해하는 것보다 더 지름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가능한한 타인종, 타민족의 멤버들과 같은 목적을 위하여 협력하고 상호 보조할수있는 기회들을 포착하도록 하여라. 스포츠팀, 합창대, 연극반 그리고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여 경쟁보다는 협조가 이기는데 지침이 되는 일에 가담하는 기회를 가져라.
그리하면, 우리 청소년들은 보다 상승된 자아의식과 건강한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그리고 세계의 시민으로서 부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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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자/ 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