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생활비 못견디겠다

2018-05-23 (수)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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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사이 무려 55%나 올라 서민의 삶 고통 심화

▶ “성장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시애틀의 소규모 직장에 다니는 한인 K씨는 5년간 임대해 살아온 벨뷰 콘도에서 나가기 위해 뉴캐슬이나 이사콰 등의 아파트를 찾아보고 있다.

최근 콘도 주인이 재산세 폭등 등을 이유로 렌트를 올 가을 한꺼번에 월 700달러씩 올리겠다고 통보해와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K씨는 “봉급은 몇 년째 그대로 인데 렌트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생활비도 눈에 띄게 올라 마이너스 생활을 한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통장에 있던 잔고도 거의 바닥이 나 신용카드로 쓰면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씨는 “시애틀 집값이 2년 가까이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오르고 있다지만 집 없는 사ㅣ람의 입장에서는 렌트가 더 올라 좋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시애틀 다운타운에 있는 아마존이 급성장하면서 고액 연봉자도 늘어나고 세금도 많이 낸다고 하지만 하이테크 직종도 아닌 우리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고, 오히려 생활비만 더 올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시애틀의 경기 호황이 대기업 등에게만 해당되지 소규모 업체나 자영업자는 더 힘들어진 상황이고 이곳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폭등하는 생활비로 생활고가 더 가중됐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홈리스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시애틀의 홈리스가 전국 3위를 차지할 정도다.

지역경제경쟁력센터(CREC)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시애틀지역의 전체적인 생활비는 무려 55%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전체 생활비가 19% 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시애틀지역 생활비는 미국 전체 평균보다 36%가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이 한 달 평균 1,000달러를 생활비로 쓴다면 시애틀지역 주민들은 1,360달러를 쓴다는 의미이다.

시애틀 생활비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집값 상승으로 인해 주거비 급등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애틀지역 집값은 최근 5년 사이 88%가 상승했고, 렌트비 상승률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전반적인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육아를 하는 비용도 엄청 늘어나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CREC 자료에 따르면 시애틀지역에서 육아를 하는 비용은 워싱턴대학(UW)에 보내는 비용보다 25%가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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