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북자녀들에게 띄우는 5월의 편지

2018-05-12 (토) 김영란/두리하나USA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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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자녀들아! 긴 겨울이 지나고 5월의 화창한 봄날이 되었구나. 지난겨울이 너무도 추웠고 길다 보니 이 오월의 봄이 어느 해보다도 찬란하고 봄의 향연이 더욱더 짙은 꽃향기로 온 대지에 가득하구나.

이렇게 조물주께서 아무런 대가없이 거저주신 모든 생수 같은 공기와 따스한 햇볕과 나무들마다 갖가지 색깔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며 우리 모두 살아 숨 쉬고 있는 대지 위에서 한껏 자유를 누리며 우리들의 출입까지도 지켜주시는 창조주께 날이면 날마다 감사로 이어지는 날들이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자녀들아! 그대들은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특별히 모든 것에 감사 생활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몇 년 전 만해도 북한 땅 독재정권 밑에서 말 한마디도 이웃들과 속 터놓고 정을 주며 살아본 적이 없었고, 어디 그것뿐인가 먹을 것이 없어 온 가족이 몇 십리나 되는 장마당에 나가 밥이나 국수 찌꺼기를 얻어먹든가 아니면 꽃제비가 되어 훔쳐 먹고 달아나다가 잡히면 죽도록 얻어맞던가 하지 않았는가.


견디다 못한 그대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쌀 한 자루라도 구해보려고 두만강, 낙동강을 벌거벗고 죽음을 무릅쓰고 허우적대며 중국 땅이라는 이름의 풀숲언덕에 겨우겨우 기어 올라가 한숨 돌릴 때 악마같은 브로커들이 풀숲에 숨어 있다가 그대들을 납치하여 자기들 마음대로 팔아먹어 앞이 캄캄했던 그대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대들은 하나님께서 특별히 택하여서 중국에서 선교하시는 분들을 만나 도움을 받아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선교센터로 건짐을 받아 몇 달의 교육을 받고 한국으로 미국으로 오지 않았는가.

사랑하는 자녀들아! 그대들은 참으로 귀하게 선택되어 이곳에 도착하는 즉시 모든 사회보장이 다 주어졌으니 이 미국땅에서 살아가는데 아무 어려움 없이 이 넓은 대륙에 발을 딛고 어깨를 쭉 펴고 기쁘게 살아가면 좋겠다.

사랑하는 자녀들아! 꼭 기억할 것은 그대들을 구해오려고 봄, 가을로 탈북난민구출음악회를 20여년 이상 수고하시는 뉴욕예술가곡연구회 서병선 회장님 부부와 탈북자구출과 교육에 엄청난 후원의 손길로 헌신하시는 J&A USA대표 김윤호 이사장님 부부, 김승원 준비위원장님 및 20여 년동안 계속 이 구출음악회에 아름다운 발걸음과 손길로 헌금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수많은 그대들을 구출해올 수가 있었지.

사랑하는 자녀들아! 그대들은 독일의 역사를 아는가? 100여년이 넘도록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동, 서독의 장벽이 무너진 기적. 동독 어느 교회의 신실한 목사님 한 분이 20여명의 청년들과 기도시작을 계기로 하여 많은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기도모임에 참여하여 874마일이나 되는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57만 명의 기도자들이 모여 거리로 뛰어나가 함성을 지르고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모든 연장을 들고 나가 그 길고 긴 장벽을 다 허물은 것이 하나님의 역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나라 분단된 155마일밖에 되지 않는 장벽을 무너뜨리려면 하루속히 그대들도 남북통일을 위하여 기도하여 통일된 고향으로 달려가 제2, 제3의 예루살렘을 건축할 사명이 있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 외에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는 것을 깊이 느껴야 한다.

사랑하는 자녀들아! 마지막으로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다니엘처럼 고향을 향하여 하루에 한 번씩만이라도 꼭 잊지 말고 기도하기를 바란다.

<김영란/두리하나USA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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