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의 고구마튀김

2018-05-11 (금)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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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겐 유난히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이번 남북회담중 옥류관 평양냉면처럼.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지금은 어머니상이 옛날같이 희생적이거나 눈물겹도록 자식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유난히 전쟁시기를 많이 겪으셨던 우리 어머니 세대는 자기 자신의 생이라는 게 없었다. 특히 6.25 사변도중 피난시절, 먹을 게 부족해서 늘 굶주린 상태를 면치 못할 때, 어떻게든지 자식들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셨던 우리 어머니들! 돈 들고 나가면 언제라도 갖은 먹거리들이 지천으로 많은 시대에 태어나 그런 경험을 상상치 못하는 요새 우리 아이들은 도무지 이해 못할 일들이다.


그 이후로도, 그 만큼 먹을 것이 귀하고 가난했던 시절에 먹던 음식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의 한 자락 아릿한 추억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 오늘은 앙꼬 팥 넣은 찐빵을 만들어 줄께.” 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은 날, 나는 학교 가서도 종일 김이 무럭무럭나는 찐빵 생각에 수업에 도무지 열중할 수가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E 여자전문학교를 나온 그 시대엔 드문 신여성에 속했다. 어릴 때 옛날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시던 이솝 이야기, 톨스토이의 민화 또는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들은, TV같은 것도 없던 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어린 마음에 상상의 날개를 펴고 문학의 세계로 독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들어 간 계기가 되었다.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고구마튀김을 해 놓고 기다리셨다. 그냥 쪄먹어도 맛있는데 기름에 튀긴 고구마는 입 안에서 마냥 살살 녹게 맛있었다. 그 맛을 난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사연을 가진 나는 지금도 그리운 향수와 함께 고구마튀김을 좋아하고 우리 애들한테도 자주 해 준다. 어머니가 해 주셨던 음식이 어찌 그 뿐이랴.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들이 어머니날이 오면 뭉게구름처럼 떠오른다. 말로 할 수조차 없던 고난의 세월을 보내며 안간힘을 다하면서 고생하셨던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고,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이 절절해 진다.

세상을 떠나신지 오래 된 어머니를 이렇게 그리워함은 무엇보다 우리를 향한 어머니의 애절한 사랑의 마음때문일 게다. 마음이 시리고 지쳐 있을 때 난 지금도 고구마튀김을 만든다,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Happy Mother’s Day!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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