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홈리스-인두세 딜레마 곤혹

2018-05-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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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컨 시애틀시장, 시의회 표결 앞두고 진퇴양난

지난해 시애틀시장 선거에서 기업인과 노동자 양쪽 모두의 지지를 얻어 쉽게 당선된 제니 더컨 시장이 반년도 되지 않아 그 양쪽의 중간에 낀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컨 시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애틀이 최근 경제구조의 변화 및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지적하고 “많은 홈리스 시민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들을 도와줄 재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관내 기업들에 고용인 1인당 연간 500달러씩의 인두세를 부과해 연간 7,500만달러의 홈리스 대책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14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원래 이 조세안은 작년 11월 시의회 표결에서 5-4로 부결됐지만 시민 태스크포스가 마련한 새 방안은 14일 투표에서 5-4로 가결될 공산이 크다.


시애틀에 4만5,000여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연간 2,000만달러의 ‘인두세 폭탄’ 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다운타운에 17층짜리 사무실 건물을 지어 7,000여 직원을 이주시키려던 계획을 유보하겠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아마존은 이 건축부지에 소재한 옛 호텔을 비영리기관에 무료로 빌려줘 홈리스들을 수용토록 하고 있다.

광역 시애틀 상공회의소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한국계 매릴린 스트릭랜드 전 타코마 시장은 자신의 최우선 임무가 시애틀의 인두세 방지라고 강조하고 시애틀 시의회가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더컨 시장은 시의회의 인두세 조례에 서명해 자신의 최대 공약인 홈리스 비상사태 해결을 추진할 수 있지만 관내 최대 물주인 아마존과는 담을 쌓게 된다. 반대로 인두세 조례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아마존은 달랠 수 있지만 홈리스 대책 재원은 물 건너갈뿐더러 시민들로부터 대기업의 앞잡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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