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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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183일 규정 (한국 부동산 처분)

2018-05-07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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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한국에 다녀왔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중과세 규정과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보면, 한국 아파트 처분과 관련해서 183일(6개월) 규정을 일부 오해하고들 있다.

한국 세법을 보면, 일반 소득세는 비거주자가 대체로 유리하다. 그러나 양도소득세는 반대로 거주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들 한국에 잠깐 나가서 183일만 어떻게든 버티면 거주자 신분이 되고, 그러면 자동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줄 아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183일 이상 한국 거주'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조건들 중 하나일 뿐, 그것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본인의 직업, 가족들의 거주지, 재산 보유 현황, 주된 경제활동과 건강보험 등 여러 사실관계를 갖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예를 들어보자. 뉴욕의 흥부가 한국 아파트 양도소득세를 적게 내기 위해서, 한국에 나가서 183일 이상을 살았다. 나간 김에 병원검사도 받고, 여기저기 맛집 여행도 다녔다. 그런데 대부분의 재산이 미국에 있고 가족들도 대부분 미국에 살고 있으며, 처분대금을 미국 송금한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6개월 이상을 한국에 체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흥부를 한국 사람(거주자)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대폭 낮춰줄까?


더욱이 병원 치료와 관광, 친지 방문 등의 목적으로 한국에 갔다면 이런 날짜들은 빼고 183일을 계산한다(2016년부터 세법 개정). 물론, 한국 국세청 직원들이 한가하게 흥부 뒤꽁무니를 따라 다니면서 제주도 올레길 걸은 날, 대학 병원에 간 날, 강원도에 가서 친구 만난 날을 일일이 따질 수는 없다. 결국엔 사실관계와 문서들, 정황증거들이 포인트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라도 거주자 조건에 맞으면 여러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183일 이상 체류 조건이다. 그러나 183일 이상 한국에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거주자 신분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사실관계와 문서들, 정황증거들을 갖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이때는 의외로 사소한 자료가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번에 한국에 나갔을 때도 같은 경험을 했다. 퍼즐의 아주 작은 마지막 한 조각이 큰 그림을 완성시키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 마지막 한 조각은 누구든지 그냥 흘려보낼 수 있었던, 지극히 사소한 것이었다. 세금 문제의 가장 높은 단계에 가면, 그 어느 것도 사소하지 않다는 법칙을 이번에 한 번 더 경험했다. 183일 규정과 같이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은 더욱 그렇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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