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존, 시애틀시에 화났다

2018-05-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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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두세’추진에 반발, 건설 예정 타워 착공 중단

▶ 타운홀 미팅서도 시민들 ‘인두세’반대

시애틀시는 물론 워싱턴주 고용창출 및 경제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아마존이 시애틀시에 화가 났다.

시애틀 시의회가 관내 기업들을 겨냥한 ‘인두세’에 반발해 그동안 추진해온 시애틀 오피스 타워 착공을 일단 중단한 것이 그 증거다.

아마존의 드류 허드너 부사장은 2일 “아마존은 시애틀시의회 ‘인두세’ 징수 여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운타운의 ‘블럭 18’ 프로젝트의 공사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최근 임대한 ‘레이니어 스퀘어’ 빌딩을 서브 리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럭 18’ 프로젝트는 아마존이 시애틀 다운타운 블랜차드와 7가 교차로 인근에 17층 건물을 신축, 40만 5,000 평방 피트의 오피스를 확보해 수 천명의 아마존 직원을 상주시키는 프로젝트다. 아마존은 또 직원을 추가 고용하기 위해 ‘레이니어 스퀘어’ 빌딩 72만 평방 피트를 통째로 임대 계약을 마친 상태다. 이 2개의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7,000명이 이곳에 근무하게 돼 그만큼의 추가 고용이 창출될 수 있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로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아마존이 본사가 있는 시애틀시의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며 추진하던 사업을 보류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아마존이 시애틀시 본사와 맞먹는 규모의 제2 본사(HQ2)를 찾고 나선 것도 표면적으로는 본사 업무의 지역적 다각화 등의 목적이 있지만 시애틀을 포함해 워싱턴주의 정치 환경이 반기업적이며 너무 진보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아마존이 문제로 삼은 ‘인두세’는 사회주의자인 샤마 사완트 시의원을 중심으로 시애틀 시의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매출 2,000만 달러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1인당 500달러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걷힌 재원으로 7,500만 달러를 홈리스 문제 해결과 서민주택 건설에 쓰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이 확정될 경우 아마존을 포함한 시애틀 관내의 500여 기업이 인두세를 내야 할 형편이다.

시애틀 시의회는 오는 14일 ‘인두세’ 징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며 통과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인두세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아마존이 추진 공사를 보류하겠다고 나서자 일부 시애틀 시민들도 시의회를 강력 비판하고 인두세 반대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저녁 시의회에서 열린 인두세 관련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시민들은 “우리의 목소리도 들어라”는 푯말을 들고 시의원들에 인두세 추진을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제니 더컨 시애틀시장도 인두세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합리적인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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