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때가 왔다

2018-05-02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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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과 같은 세계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강국이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미 100여년전 서구의 문화와 문물을 과감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의 대원군은 쇄국정책으로 외부세계와 접촉을 끊고 세상의 변화에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그 결과 조선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세기전부터 국민들의 엄청난 노력과 투지로 지금은 세계가 알아주는 경제강국이 되었다. 196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 82달러에서 반세기만에 2만 달러를 넘었고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반도체, 방송통신 분야 등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분단된 북한의 상황은 남한과 중국이나 일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인근 국가들은 남한이 이룬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모델삼아 모두 아시아 허브국가로 떠올랐다. 중국의 등소평이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 중국을 세계강국 2위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648달러(2015)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지도자 1인 체제 유지를 위한 핵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북한의 인민들은 배고픔과 온갖 인권탄압에 신음할 수밖에 없고 나라살림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지속할 것인가. 그러고도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가.

이제 김정은은 고립된 암흑의 철옹성에서 자유세계로 당당하게 나올 때가 되었다. 때맞춰 지금 북한은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속내는 알 수 없으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 태도를 달리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은 “전쟁할 마음이 없다. 왜 핵을 안고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분명 핵 포기를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김정은은 이제 핵 포기를 선언한다 해도 손해 볼 게 없는 입장이다. 핵을 개발해 보았고 핵기술도 갖고 있는 이유이다. 이제 김정은은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다.

이번 회담을 취재한 세계 언론인과 방송을 본 세계인은 그의 파격적 행보와 언행에 박수치고 환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번 우리 땅도 밟아보지 않겠느냐?”고 유도하는 즉흥적 순발력과 명석함, 솔직담백하고 화끈한 표현력, 거침없는 유머와 농담, 흥겨울 때 박수치고 미소도 지을 줄 아는 보통의 인간미 등, 모두가 평소 상상했던 잔악무도한 김정은의 모습 외에 전혀 다른 면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두 진실이기를 세계인은 바라며 그의 마지막 단안을 고대하고 있다.

이번 북미회담은 분명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이미 한 달 전쯤 김정은을 만나고 온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비핵화에 관한 방법도 이미 다 논의된 상태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남북한, 즉 우리민족은 하나다. 김정은도 이번 판문점 회담에서 처음 남한 땅을 밟았을 때 “이곳에 오기 위해 11년이나 걸렸다”며 탄식하지 않았는가. 남북은 더 이상 남남이어서는 안 된다. 이제 김정은은 확실한 단안을 내릴 때가 되었다. 다가올 북미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표명과 7,000만 한민족의 숙원을 풀 확실한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는 허상을 버리고 진실을 전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김정은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조건을 하나하나 실천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30분의 국제적 시간차도 먼저 남한과 일치시키고 남한이 임진각에 설치된 대북확성기를 철거하자 북한도 즉각 철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여전히 믿지 않고 “만나서 대화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일단 핵만 포기하면 체제보장은 물론, 북한도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준비돼 있다. 남북한 통일의 길도 활짝 열려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다가올 북미회담에서 완전한 핵 폐기 선언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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